연예

악역 끝판왕 박성웅, 아들 바보 이 남자가 사는 법 ‘보여는 드릴게’ [인터뷰]

“아니, 인터뷰를 하면서 ‘아, 그랬어요?’하면서 웃으면서 바싹 다가앉는데 기자분이 기겁을 하시더라고. 웃어도 무섭다나요?”

쌍꺼풀이 없는 긴 눈과 두꺼운 콧날 그리고 눈두덩이가 움푹 들어가 보이게 도톰한 이마, 그런 그가 씨익하고 웃는데 가슴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가 안 보이게 웃으면서 “살려는 드릴게”라는 대사를 하면 그 공포감은 배가된다. 하지만 그는 악역을 통해 인지도를 얻었고, 지금은 젊은 꽃미남 배우 못지않은 여성팬들의 환호를 받는다. 배우 박성웅(42)의 이야기다.

손용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뢰’에서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 조강천으로 분한 박성웅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의 조폭 이중구 캐릭터로 관객들의 마음에 돌직구를 날린 그는 이번에 개봉한 손용호 감독의 <살인의뢰>에서는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악마성을 온몸에 두른 연쇄살인범 조강천을 연기했다. 스릴러의 작법보다는 응징의 카타르시스가 더욱 빛을 내는 이 영화 긴장감의 대부분은 이 ‘오금이 저릴 것 같은 악역’을 연기한 박성웅의 존재감에서 왔다. 하지만 영화 속 배역이란 천을 걷어내면 그는 누구보다 유쾌하고 귀엽기까지 한 사람이다. ‘악마의 얼굴을 한 천사같은 아이’를 소재로 한 일본만화 <엔절전설>의 주인공처럼, 박성웅은 영화에서는 악마였지만 현실에서는 해맑은 ‘아들 바보’였다.

“연쇄살인범의 심리상태? 그건 이해하는 문제가 아닐 것 같았어요. 말 그대로 그냥인 거죠. 그냥 유희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조강천은 자신이 죽인 여자들을 다 사랑해서 보고 싶으니까 접근한 건데 결국 저항해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앞마당에 묻어놓고 보고 싶을 때마다 파서 보고….”

손용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뢰’에서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 조강천으로 분한 박성웅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역시 무리였다. 이런 얼굴로 슬며시 미소를 띠어가며 극중 조강천의 심리 상태를 이야기하는 박성웅의 모습에 인터뷰 현장은 잠시 얼어붙은 듯했다. 재빨리 질문을 돌려본다. 과연 그러한 잔악무도한 조강천으로 살았던 박성웅의 마음은 편했을까. 답은 ‘결코 아니었다’다.

“영화를 처음 본 게 언론배급시사였었거든요. 제가 죽이는 역이었음에도 피해자 쪽으로 감정이입이 되고 너무 슬프더라고요. 버티고 버티다가 알몸 샤워장 장면이 중간쯤일 때 현기증이 나서 병원에 갔어요.”

손용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뢰’ 속 조강천 역 박성웅의 연기 장면. 사진 씨네그루

그는 언론시사 당시 현기증을 느껴 병원에 실려 갔다는 보도로 화제가 됐다. 사실인즉슨 직접 걸어서 병원에 간 것이었지만 <살인의뢰>의 조강천은 심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그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역이었음에는 분명하다. 그에게는 이미 <신세계> 이중구 역 때문에 악역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중구를 훨씬 넘어서는 조강천, 그의 선택은 왜 그랬을까.

“매니저가 대본을 가져왔는데, 연쇄살인범인 거예요. 제 정신인가 싶었죠. 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어설프게 이중구로 가느니 악역의 정점을 찍고 악역을 그만두자’는 생각이 나는 거예요.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으니 제 안의 악마성이 부각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극중 조강천이 웃는 모습은 모두 제 아들을 생각하면서 해맑게 웃은 장면들이었죠. 하지만 영화를 보니…. 그보다 나쁜 놈이 없는 거예요.”

손용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뢰’에서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 조강천으로 분한 박성웅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박성웅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조강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다섯 살 난 아들 상우의 이야기를 훨씬 많이 했다.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아들과 함께 커플 잠옷을 입고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도 보여줬다. 그는 연예계 대표 ‘아들 바보’다. 박성웅은 아들이 엄마 신은정이 나오는 드라마 <미생>을 보고 싶다고 하자 한 회 당 평균 수십 번을 시청할 정도로 아들에게 다정하다. 힘든 영화 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아내와 아들,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전 딱 세 가지에 약해요. 충주가 고향인데 충주 사람이라고 하면 약하고요. 야구를 좋아해서 LG 트윈스 팬이라고 하면 또 약해져서 뭐든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아들에 약하죠. 아직은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에 나온 적은 없는데 나중에 아들이 커서 제 영화를 보면,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 아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아세요? <미생> 세부 여행에 따라갔는데 배우들 극중 이름을 다 기억했대요.”

손용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뢰’ 속 조강천 역 배우 박성웅의 연기 장면. 사진 씨네그루

아들 이야기를 할 때 사정없이 미소가 피어나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아들 바보’다. 그는 아들이 연기자를 한다고 해도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아니, 자신과 비슷하게 어렵게 연기를 시작하고 이어가게 되기를 바란다. 그는 엑스트라 시절부터 어렵게 배우생활을 이어왔지만 연기를 하는 일이 가장 행복했다. 아들도 어떤 일을 해도, 어떤 고생을 해도 상관없으니 행복해지길 바란다. 정작 이 말을 하는 박성웅 자신이 가장 행복해보였다. 그는 최근 강동원, 김수현 못지않게 여성들의 환호를 많이 받는 배우다.

“무대 인사를 하면 함께 하는 배우들이 놀라요. 전 아들도 있고 유부남인데 말이죠. 제가 보기엔 무서워 보이지만 팬들 앞에서는 다 들어주려고 애쓰거든요. 반전매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해요. 아내는 젊은 여자 분들에게 제가 인기가 많아도 별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하하.”

손용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뢰’에서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 조강천으로 분한 박성웅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극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지만 그가 원하는 연기는 멜로 아니면 생활 연기다. 이미 <SNL 코리아>를 통해 허당의 면모는 한 번 보였다. 역할에 따라 어떤 영화에서는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기지만, 연기자로서는 편안한 사람으로 남기를 박성웅은 소망한다. 그래서 인터뷰 당시 그렇게 온 몸으로 농담을 자주했는지도 모른다.

“<신세계> <황제를 위하여> <살인의뢰> 때문에 무섭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전 엄마의 아들이고 상우의 아빠고 신은정 여사의 남편일 뿐입니다. 아내에게는 갈수록 존칭을 쓰게 돼요. 상우야, 신은정 여사님 사랑합니다.”

손용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뢰’에서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 조강천으로 분한 박성웅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