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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1323일만의 1군 승리 “요즘 꿈에 김응용 감독이…”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 28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과의 2015 프로야구 개막전을 앞두고 꿈 얘기를 꺼냈다.

김 감독은 “요즘 꿈에 이상하게 김응용 감독이 자주 나온다”라며 “예비군복을 입고 모자를 거꾸로 쓴 채 웃으면서 벤치에 앉아있더라”라며 껄껄 웃었다. 전임 한화 감독이었던 김응용 감독이 꿈에 나온다는 사실은 그만큼 김 감독이 받는 부담감이 크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한화는 다 잡았던 개막전을 놓쳤다. 하지만 우승 후보 넥센에 맞서 연장 12회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칠 만큼 경기력이 예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리고 그 경기력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듯 대어를 잡는 데 성공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화는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넥센과 경기서 5-3으로 이겼다. 연수로는 4년만에, 일수로는 2011년 8월14일 이후 1323일만에 김 감독이 거둔 1군 승리였다. 당시 상대도 바로 넥센이었다.

한화는 스프링캠프에서 턱뼈 골절상을 당한 정근우, 어깨 부상을 당한 송광민과 주전 포수 조인성이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김 감독이 “우리가 지금 구성을 어떻게 하겠다고 할 만큼의 여력이 없다”라고 할 만큼 주전 라인업을 짜기가 벅차다. 개막전에서는 상대 왼손 선발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선수가 없어 왼손 타자를 5명이나 선발 라인업에 올려야만 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김성근식 지옥훈련’을 이겨낸 한화 선수들은 지난해와 180도 달라져 있었다. 한화는 이번 개막 2연전에서 단 한 개의 실책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을 뿐만 아니라 절묘한 수비 시프트로 넥센 타선의 흐름을 자주 끊었다. 개막전 패배도 수비 시프트가 소용이 없는 끝내기홈런을 내줬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9회 선두타자 서건창의 날카로운 타구가 수비 시프트에 걸려 아웃이 되는 등 넥센 타자들이 쩔쩔 매는 모습이 많이 나왔다.

지난해까지 한화는 항상 상대팀에게 초반 대량실점을 내주는 등 초반에 경기가 끝나는 듯한 분위기를 많이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 2연전에서는 모두 선취점을 먼저 가져가며 전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넥센을 분위기에서 리드했다. 뿐만 아니라 항상 타팀 팬들의 조롱거리였던 불펜도 이번 2연전에서 11이닝을 4실점으로 막는 등 전 구단 최강이라고 불리는 넥센 타선을 상대로 선전했다.

이제 겨우 2경기를 치뤘을 뿐이기에 한화의 올 시즌이 어떻다는 전망을 섣불리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막 2연전에서 보여준 한화의 달라진 모습은 팬들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새겨놓기에 충분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이기니까, 더 흥분되네”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1승1패를 예상했다. 사실 어제 져서 선수들한테 미안했다”라며 2승을 챙기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오늘 송은범이 잘 던져서 이후 투수 릴레이가 원활하게 잘 이루어졌다”며 공을 투수들에게 돌리더니 “그런데 안영명과 박정진은 참 벤치를 흥분시키는 투수들이다”라고 이날 위기를 맞았던 안영명과 박정진에게 일침을 가했다.

“타선을 바꾼 것이 대박이 났다”라던 김 감독은 “애들이 전체적으로 잘해줬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하나가 된 것이 보인다”며 짐을 싸 버스로 향하는 선수들을 대견스레 바라봤다.

이날 1루 측에 자리잡아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한화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이날 가장 큰 함성을 김 감독에게 보냈다. ‘김성근’을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일흔이 넘은 노 감독은 모자를 벗어 답례했다. 올 시즌 한화 팬들은 야구보는 재미가 상당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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