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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뉴질랜드전도 실험하나?

“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1)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다. 호주 아시안컵에서 이미 검증된 선수만 고집하지 않고, 새 얼굴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뉴질랜드와의 평가전도 새롭게 발탁된 선수들을 위한 시험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34위로 56위의 한국보다 78계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역대 전적에서도 5승 1무로 앞서있기에 더욱 안성마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려면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뉴질랜드전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미드필드 조합이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A매치 출전이 없는 김은선(수원)을 발탁해 기존 선수들과 얼마나 호흡을 맞출 수 있는지를 시험할 계획이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김보경(위건)과 한국영(카타르SC)에게 기회를 줬던 것과 같은 연장선이다. 주장이자 붙박이 미드필더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출전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경기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김은선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선발로 출전은 어렵지만, 후반에는 교체 투입될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실험은 새 얼굴에 국한되지 않는다. A매치 경험은 풍부하지만, 중용되지 못했던 골잡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도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똑같다. 뛰어난 재능에도 소속팀에서 자신감을 잃은 선수인만큼 충분한 출전 시간을 주기로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은 뉴질랜드전에서 선발로 출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골잡이 이정협(상주)이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쓰러졌지만, 지동원을 교체 투입하지 않은 것도 이날의 출전을 위한 배려였다. 지동원이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당시의 경기력을 되찾는다면 이정협과 지동원의 경쟁 구도가 기대된다. 지동원은 이정협과 키(1m86)가 같지만 빠른 발로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선수다. 이번 소집에서 제외된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 등 기존 골잡이들까지 고려하면 선수층은 더욱 풍부해진다.

수비라고 실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더욱 파격적인 실험이 기다리고 있다. 아시안컵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됐던 박주호(마인츠)가 본업인 왼쪽 풀백으로 돌아온다. 김진수(호펜하임)가 전열에서 이탈할 경우 윤석영(퀸스파크 레인저스)이 전부였던 수비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조치다. 선발로는 윤석영이 출전하겠지만, 후반 김은선 투입과 함께 박주호가 왼쪽 풀백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김은선이 대표팀에 무난히 안착하고, 박주호가 왼쪽 풀백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유럽파인 김진수와 윤석영도 6월부터 시작될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부터는 대표팀 발탁부터 경쟁을 벌여야 할 지도 모른다. 오른쪽 풀백에선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국가대표 은퇴 경기를 치르는 차두리(서울)의 후계자로 집중 점검을 받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뉴질랜드는 전력은 약하지만 일찌감치 입국해 이번 평가전을 잘 준비했다. 압박과 피지컬이 강한 뉴질랜드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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