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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주말 목동혈투와 감독의 경기감각

사실 더그아웃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는 아니다.

경기 감각이라면 으레 선수들의 몸의 반응에 주목한다. 스프링캠프 후반기를 실전 모드로 보내고, 시범경기를 통해 고루 출전 기회를 갖는 것도 흔히 말하는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 주말 넥센과 목동 2연전을 치르며 본인, 바로 감독의 경기감각을 얘기했다. 넥센과 첫 경기에서 4-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12회말 끝내기 역전패한 요인을, 둔화됐던 본인의 감각으로 설명했다. “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두 차례 실수가 있었다. 자꾸 템포가 늦었다”고 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오른쪽)과 넥센 염경엽 감독이 지난 28일 정규시즌 목동 개막전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감독의 경기감각을 얘기하는 사령탑은 많지 않다. 이는 야구하는 주체와 연관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대다수 사령탑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야구의 주체가 감독이 되려는 시각에 오히려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이 대목에서 색깔이 선명하다.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밝힌다.

선수가 하는 야구와, 감독이 하는 야구의 차이를 그저 흐르는 경기에서 바로 잡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팀이라도 큰 틀에서 야구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 우선 선발투수가 잘 던져야 하고, 리드하는 경기라면 불펜투수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또 톱타자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하고, 중심타선은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각과 비슷할 수도 있다. 관객은 배우를 본다. 연기는 배우가 한다.

그러나 영화의 성패는 해당 작품의 감독의 영역에서 상당 부분 결정나곤 한다. 주연부터 조연을 고르는 캐스팅부터 극 전개를 매끄럽게 하는 연출력까지 대부분이 감독의 몫이다. 야구도 그렇다. 김 감독은 경기 시작 전 선발 오더를 짜는 일과 경기 중 투수교체와 대타 및 대주자 카드 등으로 갈릴 수 있는 감독의 ‘캐스팅 권’에 주목해 ‘감독이 하는 야구’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주말 목동에서 열린 넥센과 한화의 2연전은 혈투였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 같은 긴장감 속에 선수들은 전력을 다했지만 그 안에서 관객들은 ‘감독이 하는 야구’의 절정을 볼 수 있었다. 한화가 5-3으로 리드하던 9회초 2사 1·3루, 좌타 송주호 타석에서 1볼 이후 한화 벤치에서 우타 최진행을 내자 염경엽 감독은 좌투 김택형을 내리고 사이드암 김대우로 붙었다. 넥센이 7번째 투수를 내는 순간이었다.

두 팀 모두 이날 경기에 투수·야수 통틀어 19명씩을 투입했다. 그라운드에서 38명이 격전을 벌인 가운데 양팀 감독과 코치들이 움직이는 벤치까지 가세해 그 싸움은 마치 ‘대전(大戰)’처럼 화끈해졌다. 이틀 연속 가장 늦게 끝난 경기는 마지막 이닝까지 관중들로 하여금 자리를 뜨지 못하게 했다.

김 감독은 과거에도 감독의 경기감각을 놓고 비슷한 얘기를 했다. SK 사령탑 시절,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 선착해 기다림 끝에 맞은 1차전을 내준 뒤 감독의 경기 감각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들곤 했다. 또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내 감각은 4년 전 SK 감독할 때에 머물러있다. 그걸 지금의 것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감독의 야구와 감독의 경기감각. 적어도 몇년 동안 무대의 중심에 없던 야구가 팬 앞으로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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