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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돌아본 국가대표 차두리

한국 축구를 든든히 지켜왔던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35·서울)가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이 그의 마지막 A매치다. 애초 이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를 예정이었던 그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배려 아래 은퇴 경기를 치르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는 아직 현역이기에 관중석에 있다가 잠시 은퇴식을 치르는 것보다는 경기를 뛰다 은퇴하는 게 옳다고 봤다”며 “관중도 차두리 같은 ‘레전드’를 보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해 전반만 출전한 뒤 종료 직전 교체돼 팬들의 박수갈채 아래 그라운드를 떠나게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차두리의 은퇴를 기념해 그의 각종 A매치 기록을 정리해 발표했다. 은퇴 경기를 앞두고 차두리에게 선물한 금색 배번이 새겨진 유니폼에 이은 또 다른 기념품이다.

차두리는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고려대 재학 시절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됐다. 2001년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김남일(교토상가) 대신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까지 꼭 75경기를 뛰었다. 뉴질랜드전에서 뛴다면 76경기가 그의 마지막 A매치 출전 기록이 된다.

차두리의 출전 기록이 독특한 것은 골잡이로 데뷔해 수비수로 은퇴한다는 것이다. 2005년 11월 16일 세네갈전까지 골잡이로 38경기를 뛴 그는 2006년 10월 8일 가나전부터 측면 수비수로 37경기를 뛰었다. 차두리가 뉴질랜드전에서 오른쪽 수비수로 출전한다면 정확히 38경기씩 균형을 맞추게 된다. 골잡이로 뛰다 수비수로 전업한 만큼 4골 7도움이 그가 기록한 공격 포인트의 전부다.

차두리는 거친 몸싸움을 즐긴 선수치고는 경고(10회)와 퇴장(1회) 횟수가 적었다. 차두리가 퇴장을 기록한 유일한 경기는 2004년 9월 8일 베트남과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었다. 당시만 해도 혈기 왕성하던 차두리는 자신을 도발하던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다행히 한국은 적은 숫자로도 2-1로 이겼다.

차두리는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도 갖고 있다. 아시안컵 한국 선수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이다. 차두리는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34세 189일의 나이로 이 경기에 나섰다. 차두리는 내심 이 대회에서 은퇴한 이영표(16경기)가 보유한 아시안컵 최다 출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바랐지만, 아쉽게 1경기 차이로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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