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물’ 이준호 “‘스물’은 스무 살을 다시 살게 해준 영화” [인터뷰]

“아… 제게도 있었네요. 스무 살 무렵 그 찌질한 시절이.”

그룹 2PM의 멤버로 25일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제작 영화나무, 배급 NEW)로 본인 필모그래피의 두 번째 영화 작품을 남긴 이준호(25)는 “영화를 찍으면서 비로소 스무 살의 기분을 만끽했다”고 말했다. 스무 살이 생각하는 스무 살은 끝없는 공부의 터널을 빠져나온 급작스러운 자유 그리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방황의 시절이라면 한국나이로 스물여섯이 된 이준호의 스무 살은 아련하고도 처절했던 시간이었다. 기자가 “스무 살 남짓에 <열혈남아>를 찍지 않았나요?”라고 묻자 그제야 탄식을 내뱉으며 자신의 스무 살을 복기하기 시작한다. 스무 살을 잃었던 스물여섯 이준호의 영화 <스물>은 선물과도 같은 영화였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미술학도를 지망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재수생 동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준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두 번째 영화에 주연이 됐다.

“첫 주연작이라 되게 설렜어요. 스무 살에 데뷔를 해서 평범한 스무 살을 못 보냈거든요. 얼마 전에 언론배급시사와 VIP 시사를 통해 영화를 처음 봤어요. 너무 떨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났네요.(웃음) 저는 언론배급시사를 배급관계자 상영관에서 봐서 더욱 반응이 없는데 초조했나봐요. 하지만 제 느낌이 맞았어요. 촬영할 때 미친 듯이 웃고 하던 느낌을 믿고 갔는데 재밌게 보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죠.”

- 굳이 순서를 매기자면 정신이 나간 것 같다는 순위로는 치호(김우빈), 경재(강하늘) 다음이었던 것 같다. 가장 정상적인 주인공?

“하하. 그런가요? 저는 나름에는 청춘의 힘듦과 아픔을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깊은 감정으로 준비를 했어요. 감독님이 제가 준비한 걸 보시더니 ‘너무 무겁다’하시고는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나름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감독님답게 쿨하게 현실적으로, 때로는 찌질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미술학도를 지망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재수생 동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준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미술을 공부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재수생을 연기했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는 봤었나.

“<힘내세요 병헌씨>를 보면서 감독님 스타일을 알았어요. ‘찌질해도 된다. 뭐든 다 보여봐라. 마음껏 놀아라’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편안하게 찍었어요. 저 스스로는 아닌 것 같은데 감독님이 오케이 싸인을 내시면 의아했는데. 촬영분량이 쌓일수록 신뢰가 생겼죠. 이병헌 감독님은 원하면 표현하는 분이세요.”

- 김우빈, 강하늘 등 동갑내기 세 명의 호흡이 좋아보였다. 실제로도 깊은 우정이 쌓인 것처럼 보였는데.

“아마 이 친구들이 아니면 영화가 안 됐을 거예요. 셋이 친구 같은 느낌이 나와서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버릴 수 없었죠. 어쨌든 동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카메라 꺼지고 켜지고의 차이가 없더라고요. 촬영이 너무 재밌으니까 웃고 떠들고 고등학교 때 사귄 친구처럼 일찍부터 그런 효과가 났어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은 경재가 선배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들킬까봐 스스로 뺨을 때리는 장면이랑 치호가 영화감독과 이야기하는 장면이었어요. 촬영할 때 애드리브가 한 번 나와서 웃음이 터지기 시작하면 웬만해선 멈춰지지 않는 때도 있었죠.”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미술학도를 지망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재수생 동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준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데뷔를 스무 살에 했다. 이준호의 스무 살은 어땠나.

“기억나는 건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원했던 꿈을 이뤄서 쉬지 않고 달렸던 기억이 나요. 8년 정도 활동을 한 것 같은데 정말 쉰 적이 없었어요. 제일 아쉬웠던 것은 바빴다는 핑계로 그때 상황, 기억 하나하나를 못 담았다는 거예요. 특히 사진을 찍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돼요. 일하면서 찍는 사진이야 물론 있지만 추억을 쌓을 시간에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런 이유로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스무 살을 살게 됐다는 느낌을 받았죠.”

- 2PM에도 택연, 찬성 등 연기를 하는 멤버들이 있다.

“둘은 드라마를 주로 했어요. 드라마 촬영장은 되게 빠르고 정신없다고 하더라고요. 순발력을 요구하는 부분도 있어서 연기가 확실히 는대요. 그런데 저는 고등학교 때 연극부도 하면서 연기자의 꿈도 꿨거든요. 그런 좋은 기회에 영화 <감시자들>이 왔어요. 그리고 <협녀:칼의 기억>을 하게 됐죠. 어쩌다보니 영화를 더 많이 했는데 드라마도 열어놓고 있어요.”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미술학도를 지망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재수생 동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준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등과 찍은 <협녀>를 소개해 달라.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스물>의 동우랑은 다른 인물이라는 거예요. 시놉시스에는 ‘몸을 쓰는 무사 율’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신분상승의 야망이 있는 젊은 무사고요. 김고은씨를 보고 연정을 품는 인물이죠.”

- 3월이다. 스무 살들이 새로 시작하는 모습이 저마다 싱그러운데 지금의 스무 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잖아요. 그때를 제대로 즐겼으면 좋겠어요. 물론 고민이 많고 힘든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고민 때문에 너무 고생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무 살은 어른 같으면서도 아이였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거기서 다 거기니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우빈이, 하늘이와 여대 캠퍼스를 홍보 차 다녀왔는데 셋 다 ‘참 스무 살이 예쁘다’ 생각을 같이 했거든요. 늙었나보다 싶었죠. 저 역시 지금도 서른일곱 때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니까 순간을 즐겼으면 해요.”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미술학도를 지망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재수생 동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준호.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