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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외국인 선수, 첫 출발에서는 누가 웃었나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각 팀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중심타선, 마운드 원투펀치 등 팀에 부족한 전력을 채우기 때문에 그 성공 여부가 주는 차이는 엄청나다. 작년 3강은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두명이 ‘대박’ 터진 팀들이었다. 하지만 이는 ‘로또’라 불릴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2015 프로야구가 지난 주말 일제히 개막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이 본격적인 무대에 올랐다. 28일 개막전에 나선 10개팀의 선발투수 가운데 9명이 외국인 투수들이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삼성이 뽑은 알프레도 피가로였다. 많은 팀의 관심을 받다가 삼성 유니폼을 입은 피가로는 그 명성만큼의 빼어난 실력을 증명했다. 삼성의 강력한 대항마로 평가받는 SK 타선을 6이닝 동안 단 2안타 5삼진 무실점으로 막는 쾌투를 펼쳤다. 150㎞가 넘는 강속구에 변화구 제구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삼성 피가로.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유경험자’들도 무난하게 출발했다. 두산 유네스키 마야는 6이닝 동안 8안타 3볼넷을 내줬지만 삼진 8개를 잡으며 4실점으로 막아 피가로와 함께 ‘유이’한 개막전 승리 외국인 선발이 됐다. 지난 겨울 넥센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헨리 소사는 6이닝 동안 6안타 2실점으로 역투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화 미치 탈보트는 삼성 시절(2012시즌)부터 지적받아온 보크 논란에 다시 휩싸이고도 6이닝 5안타(5볼넷 2삼진) 1실점의 성적으로 복귀전을 치렀다.

반면 작년 7년만의 20승 고지를 밟은 넥센 에이스 앤디 밴헤켄(5.2이닝 4실점)과 지난 두 시즌 23승을 올린 NC 찰리 쉬렉(4.2이닝 4실점 1자책)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해설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롯데 브룩스 레일리는 정작 개막전에서 3.1이닝 8안타 4볼넷 7실점하며 무너졌다. 신생팀 KT는 원투펀치 필 어윈(4.1이닝 7자책점)과 앤디 시스코(4이닝 5실점)가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고민 속에 스타트했다.

반대로 지난해 ‘타고투저’를 이끈 외국인 타자들은 올해도 강세 속에 출발했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작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 야마이코 나바로는 개막전에서 안타와 타점을 신고한데 이어 2차전에서는 홈런까지 터뜨리면서 방망이를 달궜다. KIA 브렛 필도 29일 끝내기 투런포로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SK 브라운

새롭게 선보인 타자 가운데 높은 평가를 받은 SK 앤드류 브라운은 삼성과 2차전에서 시즌 첫 안타로 결승 만루홈런을, 롯데 짐 아두치는 2경기 연속 안타(4개)·타점(3개)·득점(4개)을 기록하면서 맹타를 휘둘렀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김성근 감독과 불화설에 휩싸였던 한화 나이저 모건은 28일 개막전에서 4안타(2득점)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급부상했다.

두 외국인 선발에 실망한 KT는 앤디 마르테로 위안을 삼을 만 하다. 메이저리그 유망주 출신의 마르테는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지난 이틀간 각 팀 3명씩 전체 30명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20명이 실전 공개됐다. 부상 중인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LG 잭 한나한을 제외하면 주중 경기에서 대부분 한국 야구팬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가 슬로스타터가 많은데다 한국 프로야구의 성공은 이름값이나 명성 또는 시범경기 성적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 문제라는 것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증명돼왔다. 시즌 초반 각 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시선이 마지막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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