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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면 레깅스’ 김세진 감독 “진짜 해야 돼?”

“그거 진짜 해야 되나.”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30일 삼성화재와 2014~2015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레깅스’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 28일 열린 1차전에서 삼성화재를 예상밖에 3-0으로 완파하자 주위에서 “레깅스부터 사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공약’을 묻는 질문에 “레깅스를 입고 걸그룹 EXID의 ‘위아래’ 춤을 춰보이겠다”고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을 7연패 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과거 우승 뒤 트로트 가수처럼 반짝이는 자켓을 입고 ‘영일만 친구’를 부른 바 있다. 신 감독이 이번에 우승하면 또 할 수 있다며 “무슨 노래든 못 하겠느냐”고 하면서 우승 공약이 시작됐고, 김 감독은 이 질문에 파격적인 섹시댄스를 약속했다.

정확히 말하면 김 감독은 OK저축은행이 우승할 가능성은 없다는 전제로 이런 약속을 했다. “어차피 (우승) 못 할 거 파격적인 것으로 해보겠다”고 말하며 내건 공약이다.

그런데 1차전을 덥썩 이기고 말았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슬슬 ‘레깅스’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OK저축은행은 이날 2차전까지 3-0으로 이겼다. 지금까지 챔피언결정전 사상 1·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은 100% 우승했다. OK저축은행은 이제 1승만 더 하면 창단 2년차에 챔피언이 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직 ‘레깅스 댄스’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2차전을 앞두고 “삼성화재가 그냥 삼성화재가 아니다. 원래 실력만 보면 7대3 정도로 우리가 뒤진다. 레오가 터지면 끝난다”고 말한 김 감독은 2차전을 이기고 난 뒤에도 “우승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지금도 똑같다. 우리 팀에 대해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이러다 범실 나오고 리시브 흔들리면 답이 없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정말 그렇게 (우리 우승으로) 끝나면 그게 기적이다”면서도 “대전에는 다시 오지 않도록 하겠다. 여기 다시 오면 우리가 우승 못한다는 뜻”이라고 우승을 향한 열망은 숨기지 않았다.

그야말로 지키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내건 파격적인 약속이 예상과 달리 지키게 될 약속이 돼가고 있다. 김 감독은 정말 레깅스를 입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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