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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도움으로 돌아본 차두리 활약상

차두리(35·서울)가 떠났다. 3월 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지금껏 한국 축구를 든든히 지켰던 차두리가 국가대표와 이별을 고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배려 아래 뉴질랜드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 그는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여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토록 강조했던 전설에 어울리는 대우였다. 차두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차두리는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고려대 재학 시절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돼 14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뉴질랜드전까지 꼭 A매치 76경기를 뛴 그는 골잡이로 데뷔해 수비수로 은퇴한 탓에 4골·7도움을 기록한 게 전부다. 하지만 그 장면들을 잘 살펴본다면 차두리가 한국 축구에 남긴 활약상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02년 4월 코스타리카전(1골·1도움)

국가대표 차두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경기가 바로 2002년 4월 20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이다. 월드컵 개막을 2개월여 앞둔 이 경기에서 차두리는 처음 A매치에 선발로 출전해 첫 골과 첫 도움을 나란히 기록했다. 전반 24분 안정환의 패스를 받아 호쾌한 논스톱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더니 후반 38분에는 최태욱의 쐐기골까지 돕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차두리는 이날 경기의 활약으로 한·일월드컵 최종 명단에 발탁돼 4강 신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7월 쿠웨이트전(1골)

차두리는 유독 아시안컵과 인연이 많은 선수다. 2001년 국가대표로 데뷔한 뒤 2007년 대회를 빼면 매번 아시안컵 본선에 출전했다. 2004년 중국에서 열렸던 대회는 차두리가 유일하게 득점을 기록한 아시안컵이다. 당시만 해도 골잡이였던 차두리는 2004년 7월 27일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0으로 앞선 전반 종료 직전 통렬한 20m짜리 중거리슛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차두리는 11년 뒤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쿠웨이트를 상대로 후배 남태희의 결승골을 도우면서 ‘쿠웨이트 킬러’로 불렸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04년 12월 독일전(1도움)

차두리는 독일과 친숙한 선수다. 아버지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198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한국의 국가대표로 독일을 상대한다는 것은 최고의 영예였다. 2004년 12월 19일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 국가들과 친선 평가전을 벌이던 독일을 상대로 차두리는 조재진의 득점을 도우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차두리의 활약상 중 백미는 전반 5분 70여m를 홀로 질주하며 독일 수비수 3명을 제쳤던 장면이다. 비록 공격 포인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차두리에게 ‘아우토반’이라는 별명을 안겼다.

■2015년 1월 우즈베키스탄전(1도움)

차두리의 가치를 재입증한 경기가 바로 2015년 1월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안컵 8강전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낙마했던 그는 대표팀에서 뛰는 마지막 대회로 예고한 이 대회에서 매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전에선 연장까지 가는 답답한 상황에서 홀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엄청난 질주를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차두리는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70m 가까이를 돌파해 손흥민의 추가골을 도왔는데, 손흥민의 골보다 차두리의 시원한 돌파가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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