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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in park] 안녕하세요, 저는 KT위즈파크입니다

저는 1989년 4월2일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날 때만 하더라도 제 친구들 중에서는 잠실이라는 애와 제가 제일 덩치가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잠실이가 저보다 더 커요.

처음에는 흰색 바탕에 가슴에는 ‘태평양’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적혀있는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인이었어요. 하지만 자주 오지는 못했어요. 그 사람들은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도원 할아버지한테 더 많이 놀러갔어요. 혼자 있는 날이 많아 심심하곤 했답니다.

제가 11살 나던 해 새 주인이 찾아왔어요. 현대라는 이름이었는데, 이 사람들도 원래는 도원 할아버지네서 놀았대요. 그래도 전 행복했습니다. 새 주인들이 저랑 놀면서 웃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팡파레도 3번이나 울려줬어요. 원래는 4번 해줄려고 했는데 1번은 친구인 잠실이네서 울렸다네요.

그런데 주인들이 손님을 자주 데려오지를 못했어요. 잠실이와 부산에 있는 사직이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다 받지 못할 정도였다는데, 저는 그렇지 못했답니다. 이따금 와도 할아버지나 술 취한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들리는 소문에는 우리 주인들이 여기를 떠나 잠실이가 있는 서울로 이사를 하고 싶어했다는데, 수원이 고향인 손님들이 이를 반가워하질 않았다네요. 다른 친구들은 주인들이 서로 꽃단장을 해주려고 했다는데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가 18살이 되던 해 주인들이 또 갑자기 떠났어요. 주인 아저씨가 하는 사업이 많이 어려워졌대요. 졸지에 집을 잃어버린 주인들은 살 곳을 찾아 서울로 갔어요. 지금은 넥센이라는 이름으로 잠실이네 옆에 있는 목동이와 함께 살고 있답니다.

주인이 떠난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많이 놀러왔어요. 비록 주인은 없어도 이따금씩 놀러와주는 이 아이들 때문에 심심하지는 않았답니다. 아이들이 제 품에서 뒹굴어도 저는 그저 좋기만 했어요.

그러다가 2013년 왠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저를 이리 저리 둘러보더니 제게 성형수술을 시켜줬어요. 손님들이 많이 올 수 있게 방도 더 크게 하고 꽃단장도 시켜줬어요. 이제는 제 얼굴이 모든 친구들을 통틀어 가장 예쁘고 화려하답니다. 알고보니 3번째 주인이 저와 함께 하고 싶어 그렇게 해줬다네요. 이름은 KT래요.

성형수술을 오래하다보니 새 주인들이 당분간 저를 찾아오질 못했어요. 옆에 있는 성균관대에서 셋방살이를 했대요. 참 가슴아픈 일이죠.

그렇게 꽃단장을 새롭게 하고 다시 태어난 2015년 3월14일 새 주인이 처음으로 손님을 초대했어요.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우리 집이 꽉찰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와 깜짝 놀랐어요. 가슴이 그렇게 두근거렸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새 주인이 온 뒤 제 이름도 바뀌었어요. 이제 저를 옛날 이름으로 부르는 이는 거의 없답니다. 이제는 저도 옛날 이름을 들으면 어색합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KT위즈파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막내’라고 부르는 새 주인과 함께 올 시즌 내내 여러분 곁에 있으려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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