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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선수를 바꾼다…2015 감독들의 밀당법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고,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2015년, 감독의 말이 선수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올시즌 가장 큰 특징은 전체 사령탑 가운데 절반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새 감독이 보여줄 리더십과 그에 따른 팀의 변화는 올시즌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도 꼽힌다.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보여줄 수 있는 리더십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직접 말을 할 수도 있고, 행동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경기에 투입하는 시점과 방법으로도 감독은 크고 작은 뜻을 담아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KT 조범현 감독, 한화 김성근 감독, KIA 김기태 감독(왼쪽부터)

KT 조범현 감독은 지난 27일 개막전을 위해 사직구장으로 이동하기 전 김상현을 불러 ‘최후통첩’을 했다. “타격 스타일을 바꾸자.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변화하지 못하면 둘 다 집에 가자”고 말했다.

김상현은 KIA 입단 뒤 LG로 트레이드 돼 오랜 시간 무명으로 지내다 KIA로 다시 트레이드된 2009년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을 치며 우승과 함께 MVP에 오르며 야구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이 떨어졌고 2013년 SK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2009년 KIA에서 우승을 함께 한 조범현 감독의 부름을 받고 KT 유니폼을 입었다.

김상현은 다시 얻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그러나 시범경기까지도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 컸다. 2군행을 놓고 고민하던 조 감독이 개막 직전 마지막 기회를 주며 건넨 한 마디 자극에 김상현은 바뀌었다. 28일 롯데와 개막전에서 5타수 4안타 5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4안타 중 2개는 올시즌 1호를 포함한 홈런이었다.

발 야구가 판치던 몇 년 전에도 도루와는 거리가 멀던 한화는 개막하자마자 2경기 만에 6개 도루를 성공했다. 도루 6개 중 1개는 외야수 김경언의 몫이다.

김경언은 지난해까지 13시즌 동안 통산 도루가 51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원래 느린 타자가 아니다. KIA에 있던 2002년에는 11도루를 기록했다. 중장거리형으로 타격에 치중하다보니 언젠가부터 기동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28일 넥센과 개막전에서는 4-4로 맞선 9회초 1사후 좌전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대주자 장운호로 교체됐다. 이 경기 뒤 김성근 감독은 김경언을 불렀다. “그렇게 중요한 상황에 대주자로 교체되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경언은 바로 다음 경기인 29일 넥센전에서 시즌 첫도루를 기록했다. “다들 할 수 있는데 하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라는 것이 한화 타자들의 도루 능력에 대한 김 감독의 생각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행동이나 선수단을 향한 조치를 통해 생각을 보여주는 편이다. 선수들이 빠른 감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복귀한 윤석민을 올해 마무리로 기용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모두가 당연히 선발일 것이라 생각한 윤석민의 보직을 놓고 김 감독은 코치진과 함께 매우 길고 깊은 고민을 했다. 몇 년 동안 불안했던 불펜을 보강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었고, 무엇보다 선발 한 자리를 바라보고 겨우내 고생한 젊은 투수들을 위한 결정이었다. KIA는 이미 양현종과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에 이어 우완 임준혁과 좌완 임기준을 선발로 정한 상태에서 윤석민과 계약했다. 반면 마무리는 확정짓지 못한 상태였다.

김 감독은 KIA 지휘봉을 잡으며 리빌딩과 함께 당장 올시즌 성적도 동시에 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외부에서는 마무리 기용에 대해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지만 김 감독은 오로지 팀만 생각하기로 했다. 팀은 어느 한 선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평소 김 감독의 지론이다. 윤석민도 그 뜻을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김 감독의 지시에 따랐다. 고생 끝에 선발 보직을 따낸 KIA의 젊은 투수들은 자신감을 얻어 올시즌을 향한 희망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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