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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찌웠다, 성공이 보인다…벌크업 효과

봄이 되면, 거리에 전단지가 붙는다. 4주 완성, 6주 완성, 문구가 현란하다. 다가오는 여름에 미리 대비하라는 유혹이다. 살을 빼지 못하면, 마치 계급이 추락할 것 같은 공포감마저 준다. 다이어트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라고 전단지들이 강변한다.

그런데, 2015 프로야구는 거꾸로다. 살을 찌웠고, 몸을 불렸고, 힘이 늘었다. 타구가 펑펑 날아가고, 구속이 부쩍 늘었다. 이른바 ‘벌크업’ 효과다. 벌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여전히 갈리지만 지난 시즌 넥센 유한준을 대표로 성공사례들이 쏟아지자 ‘벌크업’ 대열에 동참하는 선수들이 생겼다. 그리고, 시즌 극초반, 이를 증명하는 선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벌크업을 통해 시즌 초반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롯데 황재균, 두산 오재원, 넥센 김택형(왼쪽부터) | 각 구단 제공

■황재균, 0.1t이 되다

롯데 황재균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세자릿수’의 남자가 됐다. 평소 92㎏ 정도 수준이던 몸무게를 100㎏까지 늘렸다.

장타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현대 유니콘스 입단 동기였던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자극제’가 됐다. 입단 초기에는 황재균이 강정호보다 더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선수였다.

홈런 숫자를 늘리기 위해 힘을 키우기로 했다. 힘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무게를 늘렸다. 최근에는 트레이닝 기술이 발달해 스피드를 떨어뜨리지 않고도 충분히 체중을 늘려 힘을 키운다.

황재균은 개막 3경기에서 ‘벌크업 효과’를 톡톡히 증명했다. 3경기서 홈런 2개 포함 6타점을 올렸다. 특히 31일 잠실 LG전에서 때린 쐐기 스리런 홈런은 황재균의 달라진 힘을 증명하는 타구를 보여줬다. 아직 3경기일 뿐이지만 타율 0.462와 장타율 1.077은 황재균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오재원, 5년째 벌크업

KBO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두산 오재원의 공식 몸무게는 75㎏이다. 수년 전 몸무게다. 2009년부터 벌크업을 꾸준히 해온 오재원의 몸무게는 지금 90㎏대 중반이다. 팀 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환자’로 평가받는다. 과거 김진욱 감독은 오재원이 너무 많은 훈련을 해 말릴 지경이었다.

꾸준한 벌크업이 올해는 열매를 맺을 가능성을 보였다. 오재원은 지난 29일 NC와의 경기에서 선발 손민한으로부터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때렸다. 속구를 받아친 것이 아니라 손민한의 커브를 때려 넘겼다. 커브를 때려 넘긴 홈런은 타격 기술과 함께 오재원의 힘을 증명한다. 주장이기도 하지만 오재원은 올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김택형, 구속 10㎞가 늘다

넥센 고졸신인 김택형은 지난달 28일 한화와의 개막전 12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틀어막았고, 서건창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프로야구 사상 고졸 신인 투수가 개막전 승리투수가 된 것은 김택형이 처음이다.

동산고 재학 시절, 김택형의 구속은 130㎞ 중반에 머물렀다. 경기 운영 능력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구속 자체는 덜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넥센 입단 뒤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구속이 10㎞ 가까이 늘었다. 시범경기 때는 145㎞를 찍기도 했다. 투수들이 ‘영혼과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구속 10㎞ 증가 선물을 얻었다.

투구 동작에 대한 미세 조정과 함께 ‘체중 증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7㎏의 무게를 늘리자, 구속이 그 이상 늘었다. 조금 더 성장하면 147~148㎞도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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