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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 김세진, ‘사람배구’로 ‘몰빵배구’ 잡았다

남자배구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승리, 우승을 결정짓고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안산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배구의 ‘영원한 개척자’였다. 김세진 감독(41·OK저축은행)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제 이름 앞에 여러 개 달았다. 그리고 이제 데뷔 2년만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새로운 ‘최초’ 기록을 또 하나 갖게 됐다.

김 감독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3-1로 이기고 우승 감독이 됐다. 중계방송 인터뷰를 마친 뒤 웃옷을 벗어 들어 빙빙 돌리며 선수들을 향해 뛰어갔다. 한 명 한 명 힘껏 끌어안은 뒤 헹가래를 통해 하늘 높이 올랐다. 코트에 노란 꽃가루에 이어 흰색 바람개비 가루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김 감독은 “뭐든지 거침없이 도전했던 게 지금의 결과를 낳은 밑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른손 공격수에서 왼손 공격수로 바꾼 것도 처음이었고, 세터로 뒤다가 공격수로 전향한 것 역시 흔치 않았다. 김 감독의 최연소 국가대표 발탁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실업 창단 팀에 입단해 연속 우승을 맛봤고 국가대표 4년 연속 주장을 했던 것 역시 김 감독이 유일하다. 은퇴한 뒤 과감하게 코트를 떠나 방송 해설자로 일했다.

김 감독은 “남들이 안해 본 것 다 해 봤다. 그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배구는 ‘사람 배구’다. 배구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 사람들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는 게 김 감독의 리더십이다. 김 감독은 “사람사는 곳에 들어가 합류해, 흡수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기적같은 우승이었다. 감독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의 기운이 함께 힘을 모은 덕분”이라며 자신을 낮췄지만 김 감독의 ‘사람 배구’가 7년 연속 우승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삼성화재의 배구를 꺾었다. 그리고 ‘사람배구’답게 말했다.

김 감독은 세월호 아픔을 겪은 안산 시민들을 향해 “감히, 함부로 누가 누구를 위로하고 위안을 준다고 할 수 있겠나”라며 “희생자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우리는 절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이 가슴이 ‘위 안산’을 달고 뛴다. 선수와 제가 자기 자리에서 진정성있게 꾸준히 함께 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언젠가 안산 시민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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