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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류중일의 삼성 그리고 '승자의 법칙'

류중일 삼성 감독은 왼 손목에 시계를, 오른 손목에는 팔찌를 찬다. 올시즌 개막 뒤 착용한 팔찌에는 녹색으로 숫자 2개를 새겨넣었다.

‘9&5’라는 표기로, 프로 원년 이후 삼성의 9번째 우승과 통합 5연패에 대한 도전 의지를 담았다. 류 감독은 삼성 사령탑 부임 첫 시즌인 2011년부터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시즌 목표를 몸에 달고 다녀도 유난스러워 보일 게 별로 없다.

지난 4년의 성공 비결을 한두 가지 스토리로 채우기는 어렵다. 대신 류 감독은 4년 연속 정상에 서며 찾은 ‘법칙’을 아주 단순화시켰다. “상위 팀들과 대결에서는 5할선에서 크게 앞서지 못했지만, 뒤로 처지는 팀들로부터는 확실히 많은 승수를 얻었다”고 했다.

지난 31일 KBO리그 수원 삼성-KT전에서 삼성 최형우가 31일 1회초 1타점 적시타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약자’ 앞에서 한없이 강해지려는 것이 일반 사회에서는 비열한 ‘갑질’이 돼버린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약자를 잡아가는 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삼성은 통합 4연패를 이룬 지난 4년 동안 약세로 몰린 팀들을 더 세게 몰아붙였다. 공복감이 심한 사자가 먹잇감을 발견하고 달려들듯 120% 전력을 다해 승수 사냥을 했다.

삼성은 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4년 동안 승률 6할1푼1리(312승 11무 199패)로 높이 날았다. 같은 기간 통산 승률로 최하위와 그 앞 순위에 있는 한화와 KIA 등 두 팀을 상대로는 승률 6할7푼4리(93승 2무 45패)로 압도했다. 한화는 지난 4년간 승률이 3할9푼5리(203승 8무 311패), KIA는 4할6푼2리(237승 9무 276패)에 머물렀다.

삼성은 같은 기간 주로 상위권에 있던 두산을 상대로는 승률 5할7리(35승1무34패)로 백중세의 레이스를 했다. 류 감독은 “위에 있는 팀들과는 거의 5할선에서 경기를 했다”고 기억했다.

올시즌도 우승을 하려면 어느 팀이라도 ‘승자의 법칙’을 따라야한다. 어느 팀이 지난 4년간의 삼성의 한화가 되고, 삼성의 KIA가 될지 전체 레이스의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불행히도 10번째 구단 KT가 주목받는다.

신생구단으로 전력이 엷은 KT는 개막 이후 7연패를 당했다. 반대로 KT를 만나 착실히 승리를 챙긴 팀은 초반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다. 롯데가 개막 2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했고, KIA는 지난 주말 수원 3연전을 모두 삼키며 6연승을 이어갔다. 롯데와 KIA 사이에서 KT와 마주한 삼성도 2차례 승부를 모두 승리로 연결했다.

시즌 초반부터 특정팀을 잡으려고 총력전을 벌이는 일은 쉽지 않다. 승부의 가장 큰 변수가 되는 선발로테이션을 놓고는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류 감독 또한 선발투수가 아닌, 일종의 몰입도 같은 다른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약세로 몰린 팀과 경기라면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잡아야한다는 집중력을 끌어낸다. 팽팽한 승부 또는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불펜 승리조를 내세워 역전을 노리게 된다.

우승을 위한 승률은 올해도 6할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6할을 채우는 방법에는 정석이 없다. 다만 이길 수 있는 때 많이 이겨둬야한다는 게 공통의 생각이다. 삼성이 지난 4년간 1위를 놓치지 않은 ‘법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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