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넥센 불펜의 필승조는 리그 내에서도 손꼽힐만한 활약을 했다. 조상우와 한현희,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조·현·락’ 트리오는 도합 13승 9패 방어율 3.29에 42홀드·34세이브를 합작했다. 넥센이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데는 막강 타선과 함께 불펜 필승조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최강의 마운드는 삼성이었지만, 필승조만 놓고 보면 넥센도 삼성 못지 않게 강했다.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현희를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시키는 강수를 뒀다. 물론 허약한 넥센 토종 선발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한 한현희의 부재는 넥센 불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이긴 해도 넥센 필승조의 위력은 지난해 못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아진 모습이다.
올 시즌 현재 넥센의 필승조는 조상우와 손승락이 건재하고 한현희가 빠져나간 자리에 김영민이 새로이 가세했다. ‘조·현·락’ 트리오가 해체되고 ‘조·영·락’이라는 새로운 트리오가 나타난 것이다.
조상우는 지난해보다 더 강력해진 모습이다. 8경기에 등판해 방어율이 0.69다. 13이닝을 던지는 동안 내준 자책점이 딱 1점이다. 44명의 타자를 상대해 7번만 출루를 허용했다. 넥센이 17~18일 KIA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는 과정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올라와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준 조상우의 공이 컸다.
손승락도 출발이 좋다. 비록 팀 성적이 안 좋아 세이브는 2개에 불과하지만 7경기에서 내준 자책점이 1점도 없다. 세이브를 2개 이상 거둔 투수 중 방어율이 0인 투수는 손승락과 김진성(NC) 뿐이다.
하지만 가장 고무적인 것은 김영민의 활약이다. 김영민의 올 시즌 방어율은 4.09로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구위는 좋았어도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계속해서 고전해왔던 김영민은 올 시즌 그토록 애를 먹이던 제구가 안정되면서 구위까지 덩달아 살아났다.
이들의 등판이 너무 잦다는 지적도 있지만, 염경엽 넥센 감독이 등판 간격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염 감독은 넥센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필승조를 구축하면서 최대 이틀 이상 연투를 시키지 않는다. 어쩌다 3일 연투를 시켜야 하는 상황에도 트레이닝 코치에게 물어 괜찮다는 사인이 난 다음에야 등판을 시킨다. 올 시즌 넥센의 앞문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뒷문 만큼은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