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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0일만의 선발승' 송신영, 아트 제구로 KIA 타선을 홀렸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열린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수들의 야간훈련을 보기 위해 감독실에 나와 있던 염경엽 넥센 감독은 5선발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던 도중 송신영(38)의 이름을 언급했다. 염 감독은 “나이가 많은 선수를 불펜으로 쓴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바엔 등판 간격이 긴 선발이 더 어울릴 수 있다”며 송신영을 선발로 준비시키는 이유를 밝혔다.

가끔씩 노익장을 과시하는 노장 투수들이 있긴 하지만, 마흔이 다 되가는 투수에게 선발을 준비시키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크다. 하지만 선발이 약한 넥센 입장에서, 그것도 ‘5선발’이라면 한번쯤은 모험을 걸어볼 만한 준비였다. 어차피 5선발이 6~7이닝을 꾸준히 던져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팀은 없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우려의 시선은 결국 기우에 불과했다. 송신영이 시즌 첫 등판에서 눈부신 역투로 팀의 첫 3연전 스윕을 이끌며 첫 승에 성공했다.

넥센 송신영. 넥센 히어로즈 제공

송신영은 1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KIA와 경기에 선발등판해 6.2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넥센의 시즌 첫 3연승이자, 올 시즌 첫 3연전 스윕을 이끈 쾌투였다. 송신영의 선발승은 현대 시절이던 2006년 7월15일 수원 LG전에서 6이닝 강우콜드 완봉승을 거둔 이후 3200일만에 처음이다.

무사사구에 삼진도 6개를 곁들였다. 넥센 선발투수가 무사사구 승리를 따낸 것은 2014년 5월11일 목동 LG전에서 오재영이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넥센은 송신영의 호투에 폭발한 타선을 앞세워 KIA를 15-4로 대파했다.

1회를 삼진 2개를 곁들인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출발한 송신영은 3회 1사 후 최병연과 최용규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고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다원을 초구에 병살타로 처리하고 실점없이 위기를 넘겼다.

이후 6회까지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간 송신영은 7회 2사 후 최희섭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송신영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넥센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으로 나가 송신영을 축하했다.

이날 송신영의 제구력은 완벽했다. 바깥쪽과 몸쪽을 넘나들며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파고 드는 송신영의 제구에 KIA 타자들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넥센 타선도 송신영의 호투에 화끈하게 응답했다. 1-0으로 앞선 2회 고종욱의 투런홈런을 포함해 3점을 뽑아 4-0으로 앞서나간 넥센은 3회 윤석민(투런)과 김하성의 백투백홈런을 포함해 4점을 뽑아 8-0을 만들었고, 4회 5점을 추가해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넥센 타선은 올 시즌 팀 2번째 선발전원안타와 시즌 첫 선발전원득점 기록을 만들어냈다.

송신영은 “초반에 우리가 점수를 많이 내서 상대 타자들의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기에 잘 던질 수 있었다”라며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는데 나 혼자 27이닝을 던지고 있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송신영을 버티게 해준 가장 큰 원동력은 후배들의 응원이었다. 송신영은 “거짓말이 아니고 공을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후배들이 파이팅을 크게 외쳐줬다”라며 “경기가 끝나고 마운드를 내려오니 후배들이 하이파이브 대신 포옹을 해줬다. 정말 울컥했다”며 후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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