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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정근우의 문자메시지와 감독·선수의 소통법

지난 14일. 김성근 한화 감독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다.

“감독님, 너무 죄송합니다. 힘이 돼 드리지 못해서…. 감독님, 너무 괴로우실텐데,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발신인은 턱부상 뒤 아직 1군에 합류하지 못한 정근우. 김 감독은 문자 메시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 녹아내렸다.

이틀째 거의 뜬 눈으로 지새운 뒤 맞은 날이었다. 김 감독은 그 전 주말 사직 경기에서 빈볼 시비 끝에 한바탕 비바람이 몰아치며 이래저래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터에 한 고참 선수의 문자 메시지를 영양제 삼아 기운을 냈다.

한화 정근우.

김 감독은 정근우뿐 아니라 여러 선수들의 움직임을 희망 삼았다. “김태균이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이 하려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한화는 20일 현재 8승8패로 승률 5할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초반이어서 성공 여부를 점치기 이르지만, 이른바 포스트시즌 진출 유력 팀들과 개막 이후 대진이 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기대 이상의 레이스를 했다.

김 감독 또한 지난 16경기를 돌아보며 홈런과 안타수의 증가 같은 눈에 보이는 전력보다 선수들의 집중력, 뒤지고 있을 때도 뒤집을 수 있다는 의식 전환에 더 큰 의미를 뒀다. 이는 선수간 팀워크뿐 아니라 벤치와 선수간 교감을 통해 자라나게 된다,

으레 시즌 전이면 진행하는 프로야구 전문가들의 판도 예상이 자주 엇나가는 것은 구단별 숨은 전력을 읽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로야구는 감독과 코치, 선수는 물론 프런트까지 수 십명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거의 매일 경기를 하는 종목이다. 구성원간 관계성에 따라 팀은 찰흙처럼 뭉치기도 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10승 투수 숫자와 3할 타자 숫자 등으로만 전력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선수 각각의 기량을 묶어내 스코어로, 또 승리로 만들어내는 데는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벤치와 선수간 소통에 기반을 둔다. 선수는 벤치 뜻을 이해해야하고, 벤치는 선수 마음을 헤아려야한다.

그러고 보면 매시즌 기대 이하로 처지는 팀은 ‘소통’에서부터 뭔가 문제가 나타나곤 했다. 지난해 롯데 또한 사상 초유의 CCTV 사건이 불거진 뒤로 힘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중하위권에서 허우적댄 다른 몇몇 팀 또한 크고 작은 팀내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반대로 잘 되는 팀은 ‘소통’부터 비교적 원할하다. 통합 4연패를 이룬 류중일 삼성 감독이 주요선수들의 시즌 성적을 놓고 매번 ‘지는 내기’를 하는 것도 선수들의 활약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칭찬하기 위함이다. 이는 류 감독과 선수들간 소통법 중 하나다.

또 넥센 염경엽 감독은 배우를 만난 영화 감독처럼 각 선수들의 경기 속 역할을 놓고 선수와 직접 대화를 즐긴다. 넥센은 지난 2년의 레이스를 통해 단단한 팀이 돼있다. 잘 풀리는 팀은 그 안에 연결고리 같은 게 만들어진다.

올시즌 또한 10개구단의 더그아웃, 라커룸, 그리고 감독실에서는 갖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고, 또 펼쳐질 것이다. 올시즌 판도를 가를 진짜 척도도 각팀의 그곳에서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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