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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도 "4월은 잔인한 달"

사퇴의사를 밝힌 이완구 국무총리(65)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답했다. ‘성완종 리스트’와 연루돼 복잡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프로축구 지도자들도 4월이 힘겨운 것은 똑같다. 개막 팡파르가 울린지 한 달 만에 바닥치는 성적 때문에 안팎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순위표 아래 쪽에 자리매김한 감독들이 특히 그렇다. 부산 아이파크 윤성효 감독(53)은 4월이 가장 싫을 법한 지도자다. 4월에 치른 4경기에서 모두 졌다. 3월 마지막 경기까지 포함한다면 무려 5연패. 순위도 12팀 중 11위로 추락했다. 초반 부진을 넘어 강등 걱정까지 할 지경이다.

광주FC 남기일 감독(41)도 4월 성적표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지난달 승승장구(2승1무)하면서 이달의 감독상까지 거머쥐었지만, 4월에는 1무3패로 신통치 못하다. 특히 지난 18일 성남전은 0-0으로 맞선 종료 직전 얻어낸 페널티킥을 믿었던 골잡이 파비오가 실축하면서 승부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았다. 남기일 감독은 “요즈음 파비오가 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페널티킥으로 반전을 꾀했는데, 승점도 놓치고 이상한 의혹까지 받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도 윤성효 감독이나 남기일 감독은 형편이 나은 축이다. ‘꼴찌’ 대전 시티즌을 이끄는 조진호 감독(42)은 3월(3패)부터 4월(1무3패)까지 승리를 구경조차 못했다. 울산 현대를 안방으로 불러 1-1로 비긴 게 유일한 승점일 정도다. 개막부터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게 원인이라지만, 1부리그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에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하위권만 힘겨운 4월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중·상위권인 울산 현대와 FC서울도 개막 전만 해도 나란히 우승후보로 손꼽혔지만 4월 갑작스러운 난조에 고민하고 있다. 울산 윤정환 감독(42)은 패배는 없지만 무승부가 많은 게 문제다. 4월 첫 경기에서 광주를 2-0으로 누르며 출발했지만, 대전과 수원, 인천(이상 1-1)에 내리 비기면서 선두 자리도 뺏겼다. 우승을 다투고 있는 전북 현대가 4월 전승을 질주한 것과 비교된다.

서울에 4월이 잔인한 것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성적만 따진다면 4경기에서 2승1무1패. 무난한 성적이지만 자존심이 걸린 라이벌과의 맞대결에서 대패한 게 문제다. 서울 최용수 감독(42)은 지난 19일 수원 삼성과의 원정 경기를 잔뜩 별렀지만 17년 만에 1-5 대패라는 수모를 겪으면서 화창한 봄 날씨에 “4월이 잔인한 달”이라는 말을 곱씹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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