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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성적은 나이순인가요?

흔히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다고 말한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나이가 들면 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 프로축구에선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평균 연령이 높은 팀일수록 성적이 높은 것이다. 시즌 초반이라 경험이 체력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점임을 고려해도 ‘성적은 나이순’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전북은 이동국(36)과 에닝요(34), 에두(34) 등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짰다. 덕분에 평균 연령이 K리그에서 가장 높은 27.1세에 달하지만, K리그 무패 신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축구에서 경험이란 무시할 수 없는 차이”라며 “우리 팀이 무패 신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를 넘어 아시아 무대까지 노리고 있는 수원도 성적은 나이순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수원 선수단 평균 연령은 26.2세로 세 번째, 성적은 전북을 바짝 뒤쫓는 2위다. ‘캡틴’ 염기훈(32)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K리그를 포함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까지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8도움)를 기록하며 ‘미친 왼발’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염기훈은 계약 문제로 겨울 전지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풍부한 경험으로 팀 동료들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남과 성남도 베테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령탑과 동갑내기 친구인 골키퍼 김병지(45)를 비롯해 스테보(33)와 현영민(36) 등 유독 베테랑이 많은 전남(26.4세)은 포항에 한 차례 졌을 뿐, 나머지 경기에선 무패(2승4무)를 자랑했다. 성남 역시 K리그에선 7위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ACL에선 시·도민구단으로 첫 16강 진출을 일궈내며 평균 26.16세의 나이값을 하고 있다.

강등권으로 추락한 인천(25.2세·10위)과 부산(24.6세·11위), 대전(24.2세·12위)은 선수단 평균 연령과 순위가 일맥상통한다. 세 팀 모두 올해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다보니 조직력이 흐트러지면서 기대했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유력한 강등 후보로 손꼽혔던 광주는 지난해 2부리그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을 모두 지켜내면서 8위로 선전하고 있다. 광주는 선수단 평균 연령은 중간 수준인 25.6세이지만, 경기를 뛰는 베스트 일레븐의 평균 연령은 27.7세로, 전북의 평균 연령보다 높다.

성적은 나이순이 아니라고 외치는 팀도 있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와 달리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이다. 서울은 선수단 평균 연령만 따진다면 26.2세로 4번째지만, 성적은 그 반대로 뒤에서 4번째인 9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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