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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창, 이렇게 불운한 남자를 보셨나요?

롯데 자이언츠 제공

5-2로 앞선 6회말 2사 만루. 투수 코치가 올라와도 마운드를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이미 109개를 던졌지만 4년 만에 첫승의 기회가 지금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손으로 버티고 싶었다.

투수 심수창(34·롯데)에게 한 번의 승리는 그만큼 소중하고 절실하다. 한 번 이기면 언제 다시 이길지 모를 연패의 행진, 심수창이 선발로 나서기만 하면 아무리 잘 던져도 경기가 꼬이곤 했다. 그렇게 프로야구 대표적인 ‘불운의 아이콘’이 됐다.

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될 때 심수창은 17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웃지 못한 채 넥센에서 처음 등판하던 날, 18연패를 기록하며 프로야구 역대 최다 연패를 기록한 투수가 됐다. 그리고 두번째 등판, 8월9일 롯데전에서 드디어 786일 만에 승리를 거둔 심수창은 크게 한 번 한숨을 내쉰 뒤 눈물을 글썽였다.

이후 8월27일 목동 롯데전에서 다시 한 번 승리투수가 되며 불운과는 작별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뒤 심수창은 다시 이기지 못하고 있다. 2012년까지 넥센에서 9경기에 더 선발 등판해 6연패를 기록하고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심수창은 지난해에는 불펜에서 패전 처리 투수로 뛰었다. 당연히 구원승도 추가할 수는 없었다.

올해 심수창은 다시 출발했다. 5선발로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 두 차례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1패. 12이닝을 던져 6실점(3자책). 방어율 2.25를 기록하고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 2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KIA전에서 심수창은 5.2이닝 동안 8안타 2볼넷 2실점을 기록하며 5-2로 앞선 6회 2사 만루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삼진 8개를 잡아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 탈삼진도 기록한 역투였다.

이어 등판한 이명우가 6회를 잘 마무리했고 9회초에는 황재균이 솔로홈런을 보태 6-2로 달아나면서 심수창은 1335일 만에 감격의 승리를 안는 줄 알았다.

그러나 9회말, 또 불운의 그림자가 심수창을 덥쳤다.

마무리 김승회가 2루타-안타-볼넷을 차례로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만든 뒤 외국인타자 브렛 필에게 좌월 만루 홈런을 얻어맞아 6-6 동점을 허용했다. 눈앞에 다가왔던 심수창의 승리는 그렇게 다시 날아갔다.

롯데는 결국 9회 2사 만루에서 홍성민이 9번 이홍구를 맞혀내보내며 시즌 1호·통산 17호 끝내기 밀어내기 사구를 기록, 6-7로 역전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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