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로배구에도 사단 있다…코트 접수한 신치용의 남자들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올해 프로야구는 한화 김성근 감독과 인연 깊은 감독들이 많다.

충암고와 신일고 등 아마추어 야구에 이어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를 거쳐 한화까지 40여년 지도자 생활을 한 김성근 감독의 제자들이 사령탑으로 프로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은 태평양에서, KIA 김기태 감독은 쌍방울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은 각각 삼성과 OB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과 선수 시절 함께 야구했다. KT 조범현 감독은 충암고를 거쳐 OB에서 김성근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과거 선수와 코치로 함께 한 사령탑들과 이제 대결해야 한다.

SK 문경은 감독과 삼성 이상민 감독은 유재학 감독이 연세대 코치였을 때 선수로 뛰었고, KT 사령탑으로 최근 선임된 조동현 감독과 여자프로농구 삼성 지휘봉을 잡게 된 임근배 감독은 오랜 시간 유재학 감독과 함께 모비스에서 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이 깊은 인연 사이의 얄궂은 경쟁으로 더욱 흥미로워진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에 이어 프로배구도 질긴 인연이 대세가 됐다. ‘신치용의 남자들’이 배구 코트를 접수하고 있다.

1995년 창단 당시부터 삼성화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치용 감독의 제자들이 이제 프로배구 사령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 22일 우리카드는 김상우(42) 신임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국가대표 센터 출신인 김상우 감독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화재 창단 멤버로 입단해 뛰다 2007년 은퇴했다. 신 감독의 대학 후배이자 프로 팀에서는 제자로 인연이 깊다.

앞서 이달초에는 현대캐피탈이 최태웅(39) 감독을 선임했다. 시즌중 최고참 세터로 코트에서 뛰던 최 감독은 은퇴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사령탑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운 가장 젊은 감독이다. 최 감독 역시 한양대를 졸업한 뒤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10년 넘게 뛰다 2010년 FA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경기 중 팀의 살림을 도맡는 세터로서 오랜 시간 삼성화재에서 뛰어 신 감독 스타일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를 꺾고 OK저축은행을 창단 두 시즌째에 우승까지 올려놓은 김세진 감독은 (41)신치용 사단의 대표주자다. 국가대표 왼손 거포 출신으로 한양대를 졸업하고 김상우 감독과 함께 1995년 창단 멤버로 입단해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삼성화재에서만 뛰었다. 선수 시절부터 너무도 오랫동안 신 감독을 알아온 데다 시원한 성격까지 더해 초보 감독임에도 신 감독과 거침없는 입담을 주고받곤 한다.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세터 출신인 신영철(51)감독 역시 신치용 감독이 한국전력 코치로 있던 시절부터 코치와 선수로 함께 한 뒤 삼성화재 창단시 플레잉코치로 합류해 긴 인연을 가졌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6개 팀 가운데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과 LIG손해보험 강성형 감독을 제외한 4개 팀 사령탑이 신치용 감독의 제자 출신이다.

신 감독은 2014-2015 프로배구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김세진 감독, 신영철 감독과 함께 한 미디어데이 인터뷰를 통해 “언젠가 한번은 질텐데 이왕이면 잘 아는 감독을 상대로 지면 그나마 기분좋게 챔피언 자리를 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세진 감독이 그 챔피언 타이틀을 스승에게서 가져갔다.

김성근 감독이나 유재학 감독처럼 프로배구 신치용 감독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통해 팀을 왕좌에 올려놓은 감독이다. 이번에 챔피언을 놓쳤지만 앞서 7년 연속 타이틀을 내놓지 않았던 삼성화재는 여전히 프로배구 최강자다.

스승을 뛰어넘는 것, 이제 ‘신치용의 남자들’이 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도전을 시작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