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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완 살린 최희섭 한 마디 “치려 하지 말아라”

KIA 타이거즈 제공

“어제 희섭이 형 덕분에 살았어요.”

KIA 4번타자 나지완(30)은 26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최희섭을 보며 말했다. 전날 얻어낸 볼넷 이야기다.

나지완은 25일 두산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초 1사 1루에서 바뀐 투수 김강률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다. 볼카운트 1B-2S에 몰리고도 파울 2개를 걷어낸 뒤 3구 연속 볼을 골라 출루, 1사 1·2루 기회를 만들고 대주자 고영우로 교체됐다. 이어 첫 타석에 홈런을 쳐 타격감 좋았던 5번 이범호가 좌중월 2루타를 날리면서 두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KIA는 4-3으로 역전했다.

결국 한 차례 동점이 된 뒤 연장전 끝에 5-4로 이겼지만, KIA가 후반 승부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기회를 나지완이 볼넷으로 만들었다.

바로 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최희섭이 한 마디 조언을 했다. “안 맞을 때는 치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공을 봐라. 일단 출루부터 풀어야 한다. 볼넷을 골라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해줬다. 이 말을 마음에 담았던 나지완은 바로 타석에서 최희섭의 말대로 볼넷을 골라 승리에 다리를 놨다.

나지완은 올해 최희섭, 브렛 필, 이범호 등 내로라 하는 타자들 틈에서 당당히 4번타자를 맡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부진이 끝나지 않고 있다. 25일까지 최근 10경기에서 40타수 4안타로 1할 타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16일 LG전과 23일 롯데전에서 각 2안타씩 쳤을뿐 나머지 8경기에서는 무안타 행진이 계속되는 중이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는 자꾸 나지완 앞에 놓이는데 치려고 욕심을 내다 날린 경우도 많았다. 치려고 하지 말고 일단 공을 보고 출루하라는 최희섭의 조언이 결과적으로 효과를 낸 것이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선구안’에 일가견 있는 최희섭은 “투수는 안타를 계속 맞을 때보다 볼넷을 연속적으로 내줄 때 더 흔들리게 돼있다. 필에 이어 지완이까지 볼넷을 골라 나가면서 다음 타순의 이범호가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며 “지완이가 불리한 카운트에서 아주 잘 골라냈다. 볼넷을 고르는 순간 내가 출루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 소름까지 돋았다”고 말했다.

사실 최희섭은 요즘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있다. 개막 이후 지명타자로 꾸준히 출전해왔으나 허리에 가벼운 통증이 생겨 23일 롯데전부터 선발 제외되고 있다. 경기 후반 득점 기회가 오면 대타로 출전하는 중이다. 나지완이 부진하기는 하나 열 타자 부럽지 않은 외국인타자 필이 버티는 KIA 중심타선에서 ‘대타 최희섭’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상대 팀에 상당한 부담이다. 최희섭은 경기 후반이면 더그아웃 뒷편에서 쉬지 않고 스윙을 한다. 이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돼 상대 팀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최희섭은 “선발 출전하지 않고 경기 후반에 준비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경기를 집중해서 보게 돼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는 것 같다”고 최근 ‘더그아웃 활약’의 비결을 설명했다.

후반 승부처에 KIA가 꺼낼 수 있는 ‘빅 카드’ 역할을 하는 동시에 부진한 후배에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까지 더하는 ‘멘토’ 역할까지, KIA가 누리고 있는 ‘대타 최희섭 효과’다.

최희섭 덕에 구사일생한 나지완은 이날도 0-1로 뒤진 4회초 무사 1루 우중월 2루타를 날리며 동점을 만들어 오랜만에 소중한 타점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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