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그라운드 별곡] 대전을 살려낸 괴물 아드리아노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이 수원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36분. 대전 골잡이 아드리아노는 힘찬 몸짓으로 상대 수비와 골키퍼까지 제치며 쐐기골을 터뜨린 뒤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두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힘겹게 올라선 1부리그에서 꼴찌로 추락했지만 변함없이 자신들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사랑가였다. 이후 대전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내줬지만 마지막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2-1로 이겼다.

아드리아노에게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수원전은 자신이 1부리그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경기였다. 개막전부터 7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지만 공격포인트는 1골이 전부. 지난해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 무려 27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라 괴물 골잡이라 불리던 그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약이었다. 대전이 개막 전 예상과 달리 단 1승(1무6패)도 올리지 못한 채 꼴찌로 추락한 원인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아드리아노가 계약 문제로 전지훈련에 불참한 것을 들어 비판의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이쯤되면 변화를 줄 법도 했지만, 대전 조진호 감독은 “그래도 아드리아노를 믿는다”며 선발로 출전시켰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믿음의 효과는 귀중한 골로 나왔다. 경기 내내 수세에 몰렸던 대전은 아드리아노의 머리와 발 끝에서 발휘된 두 차례 골 폭죽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드리아노는 0-0으로 맞선 후반 2분 수원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 팀 동료인 유성기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백헤딩슛으로 골문을 뚫는 호쾌한 득점포였다. 한껏 기세가 오른 아드리아노는 30여분이 흐르자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제치는 완벽한 개인기로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아드리아노는 2부리그 수준에나 어울리는 선수”라는 인식을 단숨에 깨는 순간이었다. 아드리아노는 “축구 선수로 항상 잘할 수는 없다. 올해는 조금 늦게 발동이 걸렸지만, 올해도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래도 내 활약보다 더욱 기쁜 것은 우리 팀의 승리”라고 말했다.

경기 전만 해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던 조진호 감독의 얼굴도 활짝 피었다. 조진호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겠다. 그동안 부상 등 악재라 겹치며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지 못했지만, 오늘 승리를 발판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아드리아노가 오늘 두 골을 넣었으니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다. 올해 최소한 15골을 넣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드리아노는 “아직 확신은 못하지만, 1부리그에서도 15골을 넣겠다. 15골을 넣는다면 16골과 17골을 향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수원 미드필더 염기훈은 이날 후반 38분 페널티킥 만회골로 K리그 연속 공격포인트를 7경기(5골·5도움)으로 늘리며 패배의 아픔을 달랬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