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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슬혜, 7년 차 여배우가 일주일에 여섯 번 연기수업 받는 이유 [인터뷰]

“일주일에 여섯 번 연기 연습을 하러 가요. 밤을 새는 촬영이 있어도 시간이 맞으면 아침에도 가요.”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연기 7년차 배우가 매일 연기연습을 하러 간다니 그것도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으로, 그것도 한 번 가면 일곱 시간씩. 누구나 어떤 일을 하던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늘어지기 마련이다. 혹자는 내공이 쌓인 ‘여유’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익숙해진데서 오는 ‘태만’이라고도 한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에서 극중 성칠(박근형)이 일하는 장수마트의 사장 장수(조진웅)를 좋아하는 다방종업원 박양 역을 연기한 배우 황우슬혜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하지만 배우 황우슬혜(36)에게는 그런 마음이 없었다. 그는 연기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연기 연습실에 가서 자신을 닦았다. 유명해진 이후라고 상황이 다른 것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주연배우가 된 그와 함께 연습하는 일을 부담스러워 해도 그는 여러가지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황우슬혜는 지난 9일 개봉한 강제규 감독 영화 <장수상회>에서 박양 역을 연기했다. 작품 전체로 볼 땐 크게 비중이 없는 역이었다. 게다가 바로 전 작품 SBS 드라마 <기분 좋은 날>에서는 주연급 연기를 했다. 썩 내키지 않을 것 같았으나 황우슬혜의 생각은 달랐다. 강제규 감독이라는 말을 듣고 냉큼 출연을 결정했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에서 극중 성칠(박근형)이 일하는 장수마트의 사장 장수(조진웅)를 좋아하는 다방종업원 박양 역을 연기한 배우 황우슬혜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박양은 극중 성칠(박근형)과 금님(윤여정)의 사랑을 이어주려는 마트 사장 장수(조진웅)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장수는 과거 상처하고 고등학생 딸을 키우고 살지만 미혼인 박양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장수에게 시종일관 들이댄(?)다. 심지어 그의 딸 아영(문가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용감하게 나타나 구해준다. 그 과정에서 과거 고등학교 시절 ‘전설의 미친년’이었던 전력이 드러난다. 그렇다 해도 많은 분량은 아니다.

“편집된 장면도 많아요. 중간에 치어리더로 변신하는 장면이 있는데 춤을 처음부터 다 배웠거든요. 그리고 오토바이 타는 거랑 액션도 직접 배워서 했어요. 그런데 영화에는 거의 안 나와요.(웃음) 치어리딩은 언젠가 배운 거 따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까 봐요.”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에서 극중 성칠(박근형)이 일하는 장수마트의 사장 장수(조진웅)를 좋아하는 다방종업원 박양 역을 연기한 배우 황우슬혜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장면이 있더라도 그리고 그 장면이 대거 가위질을 당했어도 황우슬혜에게는 연기하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는 특히 까마득한 선배 윤여정의 연기를 보고 자신의 한계를 체감했다. ‘과연 70이 가까운 저 나이가 되면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해봐도 여전히 까마득한 일이다. 그저 지금 부지런히 경험을 쌓는 일에 매진할 뿐이다.

그는 2008년 영화 <미스 홍당무>로 첫 선을 보일 때 이미 3년 째 연기 연습실에 다니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2005년부터 연기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매일 가면 캐릭터 두 개를 잡아 연기한다. 연기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있고, 배우 지망생 때로는 배우 등 연기를 주고받는 사람이 있다. 햇수로는 벌써 11년째다. 1년 만 더하면 한국인이 태어나 거의 대부분 이수하는 고등교육까지의 기간 12년을 채운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에서 극중 성칠(박근형)이 일하는 장수마트의 사장 장수(조진웅)를 좋아하는 다방종업원 박양 역을 연기한 배우 황우슬혜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졸업은 없어요. 계속 다닐 거예요.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까지요. 연기자가 계속 공부하는 건 맞는 일인 것 같아요. 대본이 나오면 대사만 보는 게 아니잖아요. 캐릭터도 들여다봐야하고 그 캐릭터의 심리도 배우는 거죠. 제가 처음에는 캐릭터를 엄청 늦게 잡았어요. 지금 속도도 그나마 했던 게 쌓이니까 빨라지고 있는 거예요. 이번 박양 캐릭터도 다방에서 일하잖아요. 그러면 처음부터 커피도 타보고, 손님 무릎에 앉는 연습도 해보고 그러는 거죠.”

그의 특이해 보이는 이 행보는 다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흔히들 황우슬혜를 보고 ‘독특하다’ ‘4차원 같다’고 하는 말은 그의 마음 속 깊이 숨겨진 연기에 대한 뜨거운 욕심을 절반 정도는 못 보고 하는 말들이다. 겉으로 볼 때는 도도해 보이는 그는 내숭도 없고 털털하고 그냥 눈에 꽂히면 한 가지만 해야 하는 성격이다. 배우가 돼서 주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아파도 연기 연습은 가야하고, 친구가 보고 싶을 때는 결혼한 친구라도 집에 찾아가고야 만다. 당연히 연애와 결혼? 연기가 스스로 마음에 찰 때 이후의 이야기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에서 극중 성칠(박근형)이 일하는 장수마트의 사장 장수(조진웅)를 좋아하는 다방종업원 박양 역을 연기한 배우 황우슬혜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전 연기가 직업이잖아요. 대중 때문에 먹고 사는데 ‘꽁으로’ 하면 미안하잖아요.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 욕심이 생겨요. 저도 앞으로 제게서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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