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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 조급한 전북의 ‘꼼수 덤터기’

누구의 꼼수일까.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는 전북 현대 관계자는 26일 전남전을 마치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전남에 1-2로 패하면서 리그 23경기 연속 무패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고, 앞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가시와 레이솔(일본)전까지 합쳐 2연패를 당한 뒤였다.

연패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넋두리인가 싶었는데 뭔가를 알려줄 게 있다고 했다. 리그 2위 수원 삼성의 ‘꼼수’를 고발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29일 열리는 FA컵 32강 수원-전남전이 5월 13일로 밀린 게 수원의 꼼수라는 것이었다. 수원이 5월 2일에 있을 전북과의 리그 경기에 전념하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현대 선수들이 26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경기에서 패해 23경기 연속 무패 도전이 실패로 돌아간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일견 그럴 듯하게 들렸다. ACL과 리그를 병행하는 수원은 최근 체력적 부담이 커지면서 이날 최하위 대전을 상대로 홈에서 1-2로 패했다. 전북 관계자는 “힘이 떨어진 수원이 FA컵을 건너뛰어 휴식을 갖고 체력을 충전한 뒤 전북전에 올인하기 위해 편법을 쓴 게 아니겠냐”고 했다.

과연 그럴까. 29일 열리는 FA컵 32강 대진은 지난 16일 추첨을 통해 결정됐다. 전북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고양 원정경기를 치르게 됐고, 수원은 전남과 홈에서 맞붙는 대진이 성사됐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추첨에 앞선 대표자회의에서 수원과 화성FC, 김포시민축구단이 29일에 홈 구장을 사용할 수 없어 다음달 12·13일 중에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미리 공지했다. 수원은 U-18(18세 이하) 대표팀이 참가하는 JS컵 국제대회 일정 때문에 홈구장을 쓸 수 없고, 화성과 김포시민축구단은 경기도 체전 때문에 홈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협회는 대진 추첨 이전에 모든 구단에게 알렸고, 이때 아무런 이의제기도 없었다.

오히려 수원으로서 더 답답한 상황이었다. 축구협회가 JS컵 대회 개막을 29일부터 잡으면서 일정이 꼬이게 된 것이다. 만약 수원의 FA컵 32강전이 홈경기로 배정되면 5월로 연기되는데 이럴 경우 리그와 FA컵, ACL 등 한달간 무려 9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수원은 협회에 JS컵 일정을 하루라도 뒤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진행된 FA컵 대진 추첨에서 수원은 홈에서 전남과 만나게 된 것이다. 협회가 사전에 공지한대로 수원과 전남은 서로 협의를 거쳐 5월13일에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예정된 29일에 경기를 치르지 못해 수원이나 전남도 썩 달갑지 않은 상황인데 제3자인 전북이 꼼수라고 말한다. FA컵 대진 추첨을 진행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당시에는 아무 말이 없다가 자기네들 일정이 불리하다고 지금에서야 이러는 것이야 말로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올시즌 K리그 2연패와 ACL 정상에 도전하는 전북이다. 압도적인 1강으로 꼽히는 전북이 두 번의 패배로 이렇게까지 조급하게 됐을까. 되묻고 싶다. 과연 누구의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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