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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로 첫 레드카펫 정주연, 천천히 그러나 뜨겁게 [인터뷰]

배우 정주연(26)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영화 <스물>의 상대역 배우 김우빈과 함께 나타났다. 2010년 영화 <마음이2>에서 해변가 여학생 단역으로 스크린을 두드린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레드카펫을 채운 관객들의 환호성은 전주 출신의 스타 김우빈에게 쏠렸지만 정주연의 표정도 못지않게 벅차보였다. 그는 드라마 <폭풍의 연인>(2010), <오로라 공주>(2013>, <태양의 도시>(2015)로 차근차근 경력은 쌓은 후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로 많은 관객의 눈을 붙잡았다. 레드카펫을 걷듯 한 걸음 한 걸음 옮겨온 결과가 서서히 이제 대중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주연을 만난 후 떠오른 키워드는 그의 눈빛에 시종일관 서려있던 ‘책임감’이었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극중 치호(김우빈)의 상대역인 배우 지망생 은혜 역을 연기한 배우 정주연이 스포츠경향과 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그는 영화 <스물>에서 배우 지망생 은혜 역을 연기했다. 배우의 이름만 가지고는 알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영화 중반 치호 역 김우빈이 매니저 역을 자청하며 따라다니기 시작한 신인 여배우라고 배역을 설명한다면 금방 “아…”하는 독자들이 있으리라. 이 영화에는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 등 남자배우들 못지않게 동년배의 여배우 민효린, 이유비, 정소민 등도 등장한다. 극의 중반 이후 긴장감을 더하고 갈등을 겪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친다면 정주연은 <스물>에서 주연급의 비중을 갖고 있다.

“스무 살 때 저는 어땠을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은혜는 제가 하는 일과 같은 일을 하는 친구잖아요. 엇비슷한 부분도 있고, 극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길을 가는 인물이기도 해요. 영화를 찍으면서 20대를 살아오며 소중한 경험을 놓치지 않고 했다는 것에 감사했죠.”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극중 치호(김우빈)의 상대역인 배우 지망생 은혜 역을 연기한 배우 정주연이 스포츠경향과 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극중 은혜는 배우지망생으로서 유명해져야겠다는 야망과 치호에게서 느끼는 설렘 때문에 갈등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일이 조금 더 중요한 가치였다. 그런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접대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극의 해석에 따라서는 관객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치호에게 결국 매몰찬 아이’가 은혜였다. 정주연에게는 어떤 결론이 나올까.

“은혜처럼 하기 싫었던 일을 강요받거나 하진 않았어요. 저는 좋은 기회가 빨리 왔고, 이름이 알려지는 작품도 있었죠. 그런데 일과 제 신념이 배치되는 상황이 온다면 굳이 제가 불행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전 제가 행복하고 주변사람이 행복해야 하는 주의거든요. ‘강단이 없다. 의지가 약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열정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 같거든요.”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극중 치호(김우빈)의 상대역인 배우 지망생 은혜 역을 연기한 배우 정주연이 스포츠경향과 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매사에 신중하고 세심한 성격은 그의 성장과정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세 남매 중 장녀다. 183㎝의 아버지, 166㎝의 어머니 밑에서 자라 형제들이 다 키가 컸다. 정주연의 프포필 신장은 171㎝이고 골프선수인 여동생은 168㎝, 제빵사를 꿈꾸는 남동생은 키가 190㎝가 넘는다. 흔히 삼남매가 있으면 제일 큰 누나가 엄마 못지않은 책임감과 존재감을 갖는다. 정주연의 경우도 그랬다. 집안 전체적으로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는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

“잘 표현은 안 했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걸 창피해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스스로 다른 면을 찾아가는 상황에 흥미를 느꼈어요. 특히 심은하 선배님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여배우의 이미지, 뭔가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요.”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극중 치호(김우빈)의 상대역인 배우 지망생 은혜 역을 연기한 배우 정주연이 스포츠경향과 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건국대학교 영화과에 진학한 그는 연출과 연기를 배우면서 연출자와 배우의 입장을 넓게 보는 경험을 쌓았다. 한 학년 후배 중에 배우 고경표가 있다. 동기 중에는 아직 유명한 배우가 많이 나오지 않아 그것 역시 정주연에게는 ‘책임감’으로 자리잡혀 있다. 아직은 작품 안에서 차갑고 도도한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차분해 보이는 얼굴 뒤로는 발랄한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해요. 소통하면서 제게 다른 모습이 나오는 걸 연기에 적용하기도 하는데요. 처음에는 저보고 차갑다고들 하는 분들이 나중에는 은근 웃기다고도 해주세요. 하고 싶은 연기도 어찌보면 뻔한 것보다는 SF(공상과학)처럼 재밌고 유쾌한 역할이죠.”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 극중 치호(김우빈)의 상대역인 배우 지망생 은혜 역을 연기한 배우 정주연이 스포츠경향과 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연기를 하고 본격적으로 직업연기를 한 지는 5년. 이제 레드카펫을 처음 거닌 정도의 경력이면 늦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금세 유명세를 탔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의 5년 후, 10년 후는 어떨까’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배우가 있게 마련이다. 벼락스타로 떠서 순식간에 별똥별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천천히 올라가 밤하늘을 한 자리에서 오래 비추는 북극성 같은 별이 될 것인가. 적어도 정주연은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 스스로 확신을 정한 것 같았다. 그는 스스로의 확신을 관객과 시청자의 확신으로 돌려놓을 준비에 오늘도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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