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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아웃’ 김강률 향한 ‘곰들의 눈물’

“8회 등판하지 않았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두산 김태형 감독은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김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중 개막전 못지않게 축제분위기로 가득한 5월5일 어린이날 잠실 LG전을 앞두고 주력선수의 부상 얘기에 웃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불펜 승리조에서 성장세를 보이던 우완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대에 오르는 게 뼈아팠다.

두산 김강률.

김강률은 지난 2일 대구 삼성전에서 8회 1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다 왼발에 이상을 느껴 넘어졌고, 6일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김강률은 내년 스프링캠프를 목표로 재활하기로 방향을 잡아둔 상태다.

김강률은 2007년 두산 입단 뒤 데뷔 9년만인 올해 비로소 꽃을 피우던 중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투구폼 수정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제구가 어느 정도 잡히면서 시속 150㎞대 돌직구를 경쟁무기로 불펜의 축이 돼가고 있었다. 부상 전까지 3승1패 3홀드에 방어율 2.45를 기록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김강률을 그야말로 애지중지 키웠다. 가급적 압박감이 덜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려 중간투수로 점차 적응력을 높이도록 했다. 시즌 초반을 보내면서 확실한 불펜요원 한명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던 터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그날의 상황부터 떠오르는 듯했다. 선발이던 마야가 8회 무사 1·2루에서 삼성 김상수를 상대하던 중, 오른손 검지에 이상을 느끼고 급작스럽게 강판해 김강률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이 8회 등판 상황을 두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7일께 병원에 있을 김강률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회복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강률의 룸메이트 장원준도 며칠째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장원준은 김강률이 다치기 하루 앞선 1일 삼성전에 등판해 팔꿈치 쪽 통증으로 1이닝만 채우고 조기 강판했다.

장원준은 “방도 함께 쓰고, 버스에서 내 옆 자리에 앉는데…”라며 안타까움에 말끝을 흐렸다. 김강률이 10년 가까운 유망주 생활을 청산하고 비로소 1군투수로 태어나려는 과정을 누구보다 옆에서 잘 지켜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라운드는 일면 전쟁터 같다. 누구나 다칠 수 있다. 그러나 김강률의 부상은 벤치와 동료들에게도 특별히 더 아프게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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