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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별곡] 불운이 행운으로 바뀐 부산

때로는 불운과 행운이 한꺼번에 오기도 한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윤성효 감독에게는 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 경기가 그랬다.

처음엔 지옥이 따로 없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지 1분 만에 부상 선수가 나왔다. 수비수인 닐손 주니어가 골키퍼 이범영과 공중볼 처리 과정에서 서로 머리를 부딪치면서 쓰러진 것이다. 뇌진탕 증세로 병원으로 후송된 닐손 주니어 대신 최근 부진했던 수비수 노행석이 교체로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부산은 K리그에서만 7경기 무승(2무5패)의 늪에 빠졌던 터. 입버릇처럼 “운이 없다”던 윤성효 감독의 얼굴은 시작부터 잔뜩 일그러졌다.

그러나 윤성효 감독의 얼굴은 10여분 만에 환하게 바뀌었다. 알고보니 교체 수비수 노행석이 복덩이였다. 노행석은 전반 16분 프리킥 상황에서 미드필더 주세종이 올린 공을 정확한 헤딩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 괜히 ‘골 넣는 수비수’로 불린 게 아니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산은 행운까지 따르면서 지옥이 천국이 됐다. 상대의 거센 공세에 신음하던 후반 21분 오히려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예상치 못했던 상대 수비의 실책으로 얻어낸 행운의 골. 골잡이 한지호가 상대 진영에서 포항 수비수 김원일의 패스 미스를 잡아채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히 찔러 넣으면서 2-0으로 앞서갔다.

부산은 후반 39분 포항 골잡이 박성호에게 한 골을 내줬지만, 1점차를 마지막까지 잘 지켜 7경기 만에 시즌 2승째(2무5패·승점 8)를 올렸다. 순위는 여전히 꼴찌에서 2번째인 11위였지만 반전의 기틀은 다졌다.

윤성효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닐손 주니어가 다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오늘 정말 운이 좋았다”며 “2년 전에 우리가 포항한테 우승을 준 대신 오늘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다음 상대가 바로 윗 순위인 10위 서울이라 더욱 반갑다. 윤성효 감독은 과거 지휘봉을 잡았던 수원 시절부터 유독 서울에는 강한 면모를 자랑했다. 윤성효 감독은 “안방으로 넘어가서도 오늘 승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 유나이티드는 울산 현대를 안방으로 불러 2-1로 이겼다. 제주는 전반 7분 제파로프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시작과 막바지 각각 강수일과 윤빛가람의 득점이 터지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제주는 2009년 광주와의 개막전 이후 처음으로 관중 2만명을 넘겼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제주는 4승3무2패로 2위로 올라선 반면 유일한 무패팀이었던 울산은 시즌 첫 패(3승5무)를 안으면서 3위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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