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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마발 ‘서울 극장’ 반전 신호탄 쏘다

FC서울이 일본 가시마에서 ‘서울 극장’을 상영하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서울은 5일 일본 가시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최종전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에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반드시 이겨야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서울은 2-2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몰리나의 골로 기적처럼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다.

벼랑 끝에서 따낸 승리는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다. 서울은 지난 2013년 준우승, 지난해 4강에 이어 3년 연속 ACL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아시아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털어낼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것이 가장 반갑다.

FC서울 선수들이 5일 가시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리해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서울팬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가시마 | 사진공동취재단

우선 서울은 가시마전을 통해 공격력 회복에 대한 희망을 보였다. 앞선 ACL 조별리그 5경기에서 2골에 그쳤던 서울은 이날 무려 3골이나 뽑아냈다. 올시즌 내내 빈공에 울었던 서울은 가시마전을 통해 공격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서울은 이날 3골 가운데 2골을 코너킥에서 넣었다. 이웅희·오스마르 등 수비수가 공격에 적극 가담해 정지된 상황의 세트 플레이를 통해 골을 기록했다. 필드 플레이 공격에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고민이 컸던 서울은 세트피스가 골 가뭄을 털어낼 수 있는 좋은 공격 옵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몰리나와 차두리, 두 베테랑의 분위기 전환도 팀에 큰 힘이 된다. 몰리나는 지난달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날카로운 프리킥골을 넣긴 했지만 올 시즌 전반적인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노쇠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팀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부활을 알렸다. 차두리가 ‘주장 첫승’을 신고한 것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시즌 초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장 고명진이 큰 스트레스를 받자 지난 2일 성남전부터 차두리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팀내 최고참으로, 올시즌 뒤 은퇴하는 차두리는 클럽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장에 임명됐다. 이런 그가 2경기 만에 극적인 승리로 주장 첫승을 신고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후배들도 함께 부담을 덜 수 있게 돼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서울의 DNA를 보여준 경기였다”고 말했다. 축구팬에게 ‘서울극장’으로 불리며 경기 막판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했던 서울이 강한 근성과 정신력을 되살려 승리하며 팀 전체 자신감이 크게 올라가게 됐다.

극적으로 벼랑에서 탈출한 서울은 일단 부진 탈출의 서막을 열었다. ACL 16강 진출의 분위기가 리그로 이어지려면 계속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아직 리그에서는 10위에 머물고 있어 가야할 길이 멀다. 한 번의 반짝 승리가 아님을 보여야 한다. 10일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경기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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