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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 복잡미묘한 야구, 그리고 유창식

시속 140㎞ 후반대 빠른 공에 130㎞ 후반대 슬라이더를 던지는 초고교급 투수. 제구력이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좌완이라는 이점까지 있었다.

키 186㎝·몸무게 90㎏를 넘는 하드웨어에 두둑한 배짱까지, 어디를 봐도 매력 만점이었다.

구단은 그를 메이저리그 대표구단 뉴욕 양키스에 빼앗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계약금 100만 달러를 제안한 양키스와 경쟁에서 계약금 7억원 카드를 꺼내들어 그의 마음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KIA 유창식. KIA 타이거즈 제공

그는 2011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유창식이다. 그는 곧바로 같은 팀 선배의 이름이 담긴 ‘제2의 류현진’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빠르게 돌아나가는 슬라이더는 또 다른 좌완특급 김광현(SK)과 비견되기도 했다.

유창식은 ‘제2의 류현진’이 되지 못했다. 지난 주, 근 5년을 함께 한 한화를 떠나 KIA로 이적했다. 그리고 떠나는 발자취에 ‘왜’라는 물음표를 남겼다.

유창식이 한화에서 남긴 통산성적은 16승27패 방어율 5.49. 홀드 4개가 양념으로 달려있다.

그가 한화에 입단할 당시, 주변 관계자들이 머릿속에 그렸던 행보와는 차이가 컸다. 이른바 특급 신인들이 프로에서 좌절하는 경우는 흔하디 흔하지만 유창식은 그와는 또 다른 차원의 기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그가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 주변 어떤 관계자도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지는 못한다.

부상이 없지는 않았지만 치명적인 부상은 없었는 데도 불구하고 고교 시절에 비해 구속이 눈에 띄게 미치는 못하는 이유, 그리고 제구가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선명한 이유와 이를 바로 잡을 방법을 놓고 그를 곁에둔 지도자들도 명쾌한 답변을 주지는 못했다.

사실, 그것은 야구의 복잡 미묘함 때문이기도 하다. 타격이나 피칭은 모두 복합적인 원인으로 결과를 낸다. 신체적인 밸런스와 기술적 변화뿐 아니라 멘탈 등이 어우러져 결과물이 나오는 터라 부진 이유를 그저 감기에 감기약 처방하듯 할 수 없는 일이다.

유창식 또한 지난 5년의 세월 동안 살아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지속력이 떨어졌다. 뭔가 감을 잡은듯 하다가도 그 페이스를 끌고 가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차곡차곡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며 성장하지 못한 이유였다.

올시즌에는 묘한 현상이 하나 생겼다.

유창식은 올해 직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구를 던지자면 볼끝 움직임이 나타났다. 직구 볼끝이 움직이는 것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입장에서는 전혀 나쁠 게 없다. 그러나 통제 범위를 벗어나 볼끝이 흔들리면서 원하는 곳에 공을 넣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변화무쌍한 직구를 원하는 곳에 던지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하던 터에 팀을 옮기게 됐다.

유창식은 가장 강력한 처방을 만났다. 자신을 열렬히 구애했던 한화를 떠나 새 둥지를 틀었다. KIA는 자신에게 큰 돈을 베팅하고 기대의 끈을 놓치 않으려던 한화와는 다르다. 고향팀이라지만, 한화 시절과는 달리 자신을 오래 기다려야하는 ‘비지니스적인’ 부담은 없다. 유창식은 출발선에서 다시 경쟁해야한다.

엄청난 환경의 변화가 왔다. 복잡미묘한 부진 원인 찾기에 해답이 어쩌면 그곳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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