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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특집] 유주연 인턴기자 생생체험 ‘나는 액션배우다’

[창간 10주년 특집] 유주연 인턴기자 체험기 ‘나는 액션배우다’
“다치는 게 무서웠다면 애초에 이 일, 시작도 안 했죠”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위엄 있는 액션 배우. 지난 11일 액션 배우의 하루 일과를 체험하기 위해 인천 계양구 평동에 있는 무술연기학원 ‘몽돌 액션’을 찾았다. 운동 기구들이 보인다. 매트부터 시작해서 샌드백까지. 여느 체육관에서 볼 수 있는 시설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이 곳은 6월 중순 방송되는 김범, 윤소이 주연의 액션스릴러 tvN <신분을 숨겨라>의 액션연기 배움터이다. 김범과 윤소이는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일정 중간 짬짬이 이곳에 들러 무술을 연습한다. 몽돌 액션에서는 이미 김범, 윤소이의 지도자이자 대역으로 활약할 예정인 무술 연기자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스포츠경향 유주연 인턴기자가 11일 오후 인천 평동 돌몽액션스쿨에서 액션 배우의 지도를 받으며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오늘 한 번 액션 맛만 봐 보세요”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다리를 스트레칭 할 때마다 근육이 풀리는 ‘딱’ 소리가 나는 민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준비운동을 하고 본격적으로 체력 운동에 들어갔다. 매트에서 구르고 뛰고 쉴 틈 없이 운동했다. 고등학교 체력장을 마지막으로 긴 시간 운동을 해본적이 없던 터라 꽤나 강도가 센 액션 체험에 긴장감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매트에서 구르고 뜀틀을 넘고 숨 고를 새 없이 뛰어 다니니 머리가 어질했다. 매트에서 앞구르기를 연속으로 하다가 결국 벽에 부딪혔고 주위에선 ‘아이쿠’ 걱정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하늘이 노래졌다. 아찔하다.

“구르기는 참 잘 하시네요(웃음)”

무술 지도자 김병묵씨는 거듭 몸의 기본자세를 강조했다. 자세가 바로 잡혀야 제대로 된 고난도 액션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10초도 유지하기 어려운데 역시 액션배우는 액션배우다. 한 동작에 10분 참는 건 기본이다.

스포츠경향 유주연 인턴기자가 11일 오후 인천 평동 돌몽액션스쿨에서 액션 배우의 지도를 받으며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매트에서 앞구르기, 뒤구르기, 오른쪽 팔목으로 구르기 등 구르기란 구르기는 다 경험한 터. 역시 구르기는 나의 주특기. 잘한다 칭찬에 액션배우의 본능이 꿈틀댄다.

휴식도 잠시,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안전 장비를 차고 와이어 액션 연기 체험에 들어갔다. 무술연기자 김현이씨가 시범을 보였다. 놀이기구 좀 타봤다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설레임은 결국 걱정으로 변신했다.

남성 액션 배우 5명이 도르래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와이어에 몸을 맡기고 하늘에 올랐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 하늘을 나는 느낌이었까. 줄 하나에 몸을 맡겨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두려움을 애써 잊고 나름 액션 배우처럼 멋지게 포즈도 취해본다. 빙글 빙글 돌기도 하고 폼나게 착지도 한다. 실제 액션 배우들의 와이어 액션 연기를 보니 눈 앞에 영화 속 한 장면이 펼쳐지는 듯하다.

여배우들은 이런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힘들어 하진 않을까. 이에 백경찬 무술 감독은 “연기를 하는 것과 액션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초반에 많이 힘들어 한다”며 “배우들은 일정 때문에 일주일에 2~3번 씩 와서 연습을 하는데 곧잘 적응을 잘 한다. 액션 작품을 위해서는 사전에 두 달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술 감독이 대뜸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액션 배우가 몇 명이 될 것 같냐고 묻는다. 모르긴 몰라도 많아야 100명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까. 그런데 등록된 액션 배우만 300명이 넘는단다. 300명이 넘는 액션 배우가 작품 속에서 배우의 그림자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던 것이다.

스포츠경향 유주연 인턴기자가 11일 오후 인천 평동 돌몽액션스쿨에서 액션 배우의 지도를 받으며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액션 배우, 그림자 같이 존재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앞에 드러나 마음껏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와 달리 작품 속에 출연하는 무술 연기자는 그림자처럼 그들의 뒤에서 일해야 한다. 이들만이 갖고 있는 애환은 없을까. 이에 김병묵 무술 지도자는 “우리는 배우가 더 빛이 나게 하는 뒷받침 역할”이라며 “많이 연습한 무술 동작이 화면에서 덜 나오면 그 때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 화려한 액션과 고난이도의 무술로 인한 부상도 많다. 김병묵 무술 지도자는 고개를 저으며 “그런 점이 무서웠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며 “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인대 부상과 같은 잦은 부상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게 두려워서 몸을 사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3시간 속성코스로 실제 배우들이 배우는 액션연기를 경험했다. 끝나자마자 벌써부터 근육이 딱딱해지고 목이 뻐근해진다. 이렇게 힘든데 평소 무술 연기자들이 하는 양의 3분의 1정도라니. 그들의 파이팅에 고개가 숙여진다.

항상 배우들의 뒤에서 그림자 같이 존재하며 작품을 빛내주고 있는 액션 배우들. 그들이 있어 우리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한 차원 높은 쾌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무술 연기자들은 쉴 틈 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들 없이는 결코 실감 나는 액션 연기가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그려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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