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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6:29]한화의 ‘5·17 역전극’과 권용관 새옹지마

한화 김성근 감독은 순간, 타이밍을 놓쳤다 싶었다.

지난 17일 대전 넥센전. 한화는 경기 초반 0-6으로 몰려있던 3회말 송주호, 이용규의 연속안타와 상대 선발 피어밴드의 제구 난조를 틈 타 2점을 추격했다. 김경언의 밀어내기 타점으로 2점째를 얻고 2사 만루. 이어 나온 6번 권용관은 2구째를 때려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추격전은 2-6에서 쉼표가 찍혔다.

김 감독은 이닝 교대 시간이 돼서야 더그아웃의 김태균이 떠올랐다. 김태균은 허벅지 통증 탓에 며칠째 대타로 대기하던 터였다. 경기 상황으로는 ‘초특급 대타요원’인 김태균을 투입할 만했지만, 경기 초반인 것 등이 두루 작용해 그 존재를 시야에 두지 못했다고 했다.

한화 권용관. 한화 이글스 제공

김태균은 3-6으로 다시 따라붙은 4회 2사 1·3루에 대타로 나와 3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김 감독은 이 장면을 돌아보며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사실, 김태균을 잊고 있었다. 그때는 바로 늦었다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권용관을 놔둔 게 정답이었다. 권용관이 공격에서 두 개를 해주고, 수비도 잘 해줘 이길 수 있었다. 인생도 이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날 경기, 권용관의 행보는 ‘새옹지마’를 떠올리게 했다. 변방의 노인이라는 의미인 새옹의 말(馬)처럼 벤치를 헷갈리게 하더니 결국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권용관은 3-6으로 따라붙던 7회 2사 상황에서 우전안타로 타점을 올린 뒤 9회에도 안타를 추가하며 활발한 공격력을 보였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이며 한화가 추가 실점 없이 결국 7-6으로 역전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김 감독은 프로 사령탑으로만 2366경기를 치렀다. ‘백전노장’이라는 표현이 모자랄 만큼 다채로운 흐름의 싸움을 해봤지만, 그곳에서 여전히 야구와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요즘 김 감독의 휴대폰에는 여러 문자 메시지가 찍힌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발신인이 확인되지 않는 문자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17일 넥센전처럼 역전승을 할 때면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가 적잖이 온다고 한다.

그 중 대부분은 인생을 말한다고 했다. ‘인생도 야구처럼 포기하지 않고 가다 보면 기회가 온다’ 등의 내용이 많다고 한다. 김 감독도 가장 공감하는 대목이다. 특히 한화 사령탑을 맡은 뒤로는 과거와 또 다른 느낌을 받고 있다. 벤치에서 넘어갔다고 생각한 경기를 선수들이 잡아오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야구 참 재미있다. 인생 같다”는 김 감독의 말. 흔히 하는 야구와 인생이 닮았다는 말이 공허한 미사여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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