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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로농구 승부조작은 감독 혼자 가능한가

프로농구가 또 다시 신뢰를 잃었다. 프로농구 최고의 사령탑으로 손꼽히던 KGC인삼공사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서다. 전 감독은 2014~2015시즌 자신이 감독으로 있던 KT의 경기와 관련해 불법 스포츠토토에 수억원대에 이르는 금액을 베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당시 뛰었던 선수들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인 2013년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혼자 승부조작을 주도한 것과 똑같다.

강 전 감독에 이어 전 감독까지 승부조작 혐의를 받으면서 ‘농구만 왜 감독이 혼자 경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프로배구 등 지금까지 승부조작이 발견된 다른 종목에선 모두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가담한 것과 비교된다. 이에 대해 농구 전문가들은 농구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농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주전만으로 경기를 이길 수 없다. 40분 경기를 치르면서 지친 주전 선수를 대신해 투입된 후보 선수의 활약상에 따라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농구가 흐름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이유다.

전창진 감독. 한국프로농구연맹 제공

바꿔 말하면 감독이 마음만 먹는다면 승부조작도 가능하다. 감독이 주전을 내보내야 하는 타이밍에 일부러 후보 선수를 내보낸다면 승패는 순식간에 바뀐다. 다른 종목이 선수 교체에 제한적인 것과 달리 농구는 수시로 선수를 바꿀 수 있다. 또 감독은 전반에 2번, 후반에 3번 보장된 작전타임을 통해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에 관여할 수 있다. 과거 승부조작이 스포츠토토를 통해 높은 배당금을 노린 것과 달리 이번 사건에선 단일 경기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불법 사설 토토라는 점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전 감독은 승부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해당 경기에서 주전 외국인 선수가 아닌 벤치 선수를 투입해 일부러 경기에 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독이 승부조작을 저질러도 이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빼곡한 경기 일정을 고려해 이기기 쉽지 않은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배려한 것이라는 변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강 전 감독은 자신의 승부조작과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이후 경기는 승부조작이 아니라 경기 운용상 후보 선수들을 기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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