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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정규시즌 생사의 갈림길 ‘여름의 법칙’

김기태 KIA 감독은 LG 사령탑이던 2013년 시즌을 앞두고 페넌트레이스를 항해에 비유했다. 코칭스태프 미팅에서 “먼 곳으로 떠나다 보면 풍랑도 만나고 비바람도 맞는다. 그것을 다 이겨내야 무사히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며 닻을 올렸다. LG는 그해 11년만에 가을야구를 했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삼성을 두고 항공모함을 떠올렸다. “깊은 바다에서 아주 큰 파도를 만나도 항공모함은 살짝 흔들릴지언정 요동치지 않는다. 다른 팀이 한 두번씩 크게 흔들려도 삼성만은 그렇지 않다. 삼성이 강한 이유”라고 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바다를 횡단하는 일 같다. 한참 배를 타고 가다 보면 큰 고비를 만나게 된다.

삼성 선수들이 승리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정규시즌이라면 바로 여름이 그때다. 개막 이후 혼전 양상을 보이다가도 6월과 7월을 보내면 이른바 강자와 약자가 가려진다. 순위표 정리 작업이 구체화된다. 삼성이 통합 4연패를 이루는 동안 ‘여름 삼성’으로 불린 것은 그만큼 시즌 승부처에서 강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각팀이나 선수가 계절을 수식어로 달자면 ‘겨울’이나 ‘봄’보다는 ‘여름’이나 ‘가을’이 훨씬 낫다. ‘겨울○○’이나 ‘봄○○’이란 이름이 달리는 것은 왠지 비아냥거림에 다른 표현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오른 데 이어 올해 또 대권 도전에 나선 넥센 염경엽 감독은 삼성이 여름에 강한 이유를 “투수력에 있다”고 지체없이 답했다. 순위표에서 각팀을 다시 줄 세우는 ‘여름의 법칙’이 다름 아닌 투수력에 따른다는 얘기다.

삼성은 연속 우승의 출발점인 2011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팀방어율이 3.77으로 1위, 2012년 3.20으로 2위를 기록했다. LG는 2013년 기적의 레이스를 하며 6~8월 팀방어율 3.75로 전체 1위를 달렸다. 그 힘으로 한때 페넌트레이스 1위도 넘봤다.

여름이 되면 각팀 투수력의 민낯이 드러난다. 봄부터 끌고 온 투수력이 바닥을 드러낼지 아니면 상승곡선 또는 다른 흐름을 탈지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KIA 최희섭은 메이저리거 시절을 돌이키며 “여름이면 아시아선수들은 보통 힘이 떨어지는데 그쪽 선수들은 그게 없다. 그 차이를 따라잡아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그렇다. 타자의 타율과 투수의 방어율도 여름을 보내봐야 평균 수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선수 개인이나 팀의 진짜 클래스는 여름 성적에 따라 갈리게 된다.

2015년 페넌트레이스 ‘화두’는 혼전이다. 팀당 55~58경기를 치렀지만 선두 삼성부터 8위 KIA까지 간격이 7게임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해 비슷한 경기수를 소화하고 선두 삼성과 8위 LG의 간격이 16게임, 9위 한화와 간격이 17게임차까지 벌어졌던 것과 비교하며 정말 촘촘한 시즌이다.

아직 ‘여름의 법칙’은 발효되지 않았다. 올해 역시 ‘여름 삼성’이 슬슬 득세할 때이지만 다른 팀들이 지레 겁먹을 이유까지는 없을 것 같다.

삼성은 류중일 감독이 부임한 처음 2년과 달리 지난 2년간은 여름에 조금 고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3년 6월부터 8월까지 팀방어율이 4.32로 6위, 2014년 같은 기간 팀방어율 5.13으로 3위를 기록했다. 전에 비하면 더위를 타는 느낌이다. 이 여름이 다른 팀의 것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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