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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이제 일어나” 염경엽의 ‘초심 베이스볼’

넥센 염경엽 감독은 종종 잠자리에서도 ‘사투’를 벌인다.

마치 고3 수험생이라도 된듯 기상 시간을 놓고 자기와 싸움을 펼친다고 한다. 취침 시간은 매번 다르다. 야간경기를 마치고 각구장 영상을 두루 살피고도 전날 경기 여운이 ‘카페인’처럼 남아있을 때는 아침 7시가 다 돼서야 눈을 붙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침 10시를 넘겨 눈을 뜨는 일은 없다.

그럴 때면 주문외듯 자신을 채근한다. “염경엽, 뭐하고 있어. 일어나야지….”

올시즌, 넥센은 여러 물음표를 던지며 레이스를 하고 있다. 강정호가 지난 겨울 미국으로 떠나고 서건창마저 부상으로 시즌 개막과 함께 전력에서 장기 이탈하는 등 ‘공백’이 너무 뚜렷한 데도 불구하고 올해도 잘 달리고 있다. 22일 현재 38승1무30패로 4위지만, 선두 NC를 2게임차 근거리에 두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

넥센은 2013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2014년에 이어 올해도 잘 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첫해에 이어 이듬해, 그리고 또 다른 시즌이 돼서도 거의 모든 선수들이 자기 한계를 극복해가는 데 있다. 이른바 ‘커리어 하이’를 매년 새롭게 찍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는 코스를 만난다. 넥센 타자들도 대부분 지난 2년간 급부상했기 때문에 그 중 몇몇은 살짝 내려올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그간 너무 ‘잘 나간’ 넥센의 예상 성적을 낮춰잡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력타자들은 부상으로 빠져있을지언정 부진에 내려오지 않았다.

염 감독은 ‘초심’을 얘기한다. 선수들을 향한 ‘초심’이자 자신을 향한 ‘초심’이다. 2013년 넥센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단 미팅에서 가장 자주 강조하는 말로, 올해도 시즌 개막 이후 팀이 주춤하던 때에 같은 얘기를 했다.

“자, 3년 전 유한준을 생각하고, 3년 전 김민성을 생각해봐라. 또 3년 전 서건창을 떠올려봐라. 그리고 3년 전, 염경엽도 생각해봐라. 우리는 그때 무엇이었나. 그 시절을 잊지말자.”

3년 전인 2012년 유한준은 타율 2할4푼으로 시즌을 마쳤다. 김민성은 2012년 71경기에만 출전해 타율 2할8푼3리를 찍었다. 서건창은 127경기를 뛰었지만 타율 2할6푼6리에 115안타만을 생산했다. 염 감독은 그해 넥센의 주루코치였다.

시간이 흘러 이들은 다른 클래스의 선수가 돼있다. 3년 연속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은 대가다. 유한준은 올시즌 타율 3할7푼7리를 기록하고 있다. 김민성은 타율만 3할4푼을 찍고 있다. 서건창은 지난해 201안타를 기록했다. 올시즌 부상 소식이 프로야구 전체 판세 전망을 흔들 정도였다. 여기에 염 감독은 ‘염갈량’이라는 애칭에 전혀 어색함이 없이 ‘지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염 감독은 개개인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책임감을 안긴다. 휴식 시간이 많은듯 해도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없는 이유다. 염 감독은 “그라운드에 나오면 끊임없이 긴장감을 주려한다”고 했다. 그 타깃은, 이제 혹여 나태해질 수 있는 자신을 향해있기도 하다. 이른 아침, 비몽사몽간에도 “지난 시간을 잊지 마라. 어서 빨리 일어나라”는, 자신을 향한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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