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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화가’ 누구보다 낯선 드라이버 역 문종원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 영화로 풀었어요” [인터뷰]

“좋은 연기를 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돼야죠.”

배우 유준상의 조각같은 근육으로 화제가 된 전규환 감독의 영화 <성난 화가>에는 유준상보다 훨씬 관객의 뇌리에 박히는 배우가 한 명 있다. 극을 이끄는 드라이버 역을 맡은 배우 문종원(36)이다. 90㎏이 너끈히 될 법한 육중한 몸에 파르라니 삭발한 머리 그리고 몸 곳곳에 새겨진 문신 등과 함께 이국적인 외모는 ‘과연 이 배우가 한국사람인가’하는 궁금증을 준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은 기자의 공연에 대한 얇은 지식을 드러내는 증거에 불과했다. 그는 뮤지컬 여러 작품을 넘나들면서 활약하다 이제 막 영화연기를 시작한 배우였다. 겉은 사나이답지만 속은 비단결인 문종원의 목표는 단연 ‘좋은 사람’이다.

전규환 감독의 영화 ‘성난 화가’에서 극중 악인을 징벌하는 드라이버 역을 맡은 배우 문종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성난 화가>는 배우 문종원의 존재감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극중 악인을 유준상이 맡은 화가와 함께 응징하면서 외국에서 온 여주인공 엘베와 수위가 높은 정사장면도 소화한다. 영화는 결국 유준상의 액션이 클라이맥스에 해당하지만 문종원은 줄거리가 진행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관객의 머릿속에 단단한 기억을 남긴다.

“요즘 세상에는 모두가 다 개성을 표현한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개성이란 말은 다 정해진 틀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연기에서도 그런 지점이 느껴져서 힘들었는데 마침 유준상 형님의 도움으로 영화에 갈 수 있게 됐어요. 제게는 숨통이 틔었다고 할까요. 영화가 정말 다큐멘터리의 느낌도 들어가 있고,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와 캐릭터 그리고 액션이 있었어요.”

전규환 감독의 영화 ‘성난 화가’에서 극중 악인을 징벌하는 드라이버 역을 맡은 배우 문종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체중이 75㎏ 남짓이었던 그는 감독의 요청으로 90㎏ 가까이 증량했다. ‘효도르 같은 몸이었으면 좋겠다’는 말 때문에 근육과 살을 함께 붙여나갔다. 연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라이버의 연기는 말 그대로 극중 그가 태우는 담배의 연기 같았다. 그가 무대에서 하던 연기와는 달랐다. 자연스럽고 무심한 듯 했지만 그 때문에 연기에는 더욱 많은 고민이 들어가야 했다. 베드신 역시 그랬다. 그는 고난도의 장면을 연이어 소화하면서 극중 어려운 장면은 모조리 혼자 해냈다.

“베드신이든 싸움 장면이든 합을 짠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날 것 그대로의 느낌, 이 영화에서 보이고 싶었던 주된 이미지죠. 모든 분들에게 다 편안한 영화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열 분 중에서 한 분이라도 인상을 남긴다면 그게 우리가 원했던 목표였던 것 같아요. ‘기왕 새로운 것을 할 거라면 과감하게 던져보자’는 이야기였죠.”

전규환 감독의 영화 ‘성난 화가’에 출연한 배우 문종원(오른쪽)의 모습. 사진 트리필름

문종원은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2003년부터 무대 연기를 시작했다. <아이다> <올 댓 재즈-러브 인 뉴욕>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뮤지컬과 <맨 프럼 어스> 등 연극에 출연했다. 그가 무대연기를 처음 했던 것은 그냥 막연히 노래가 자신있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을 하면서 생각이 확 바뀌었다.

“당시 김명수 선배가 로댕 역을 하셨어요. 첨탑 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조각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랑에 빠졌어요’라는 대사를 하는 그 사랑에 빠진 눈이 충격적이었어요. 제 연기를 보는 한 사람의 관객이라도 그러한 감동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이 고민은 배우로서의 꿈이라기 보단 사람으로서 사는 이유가 된 것 같아요.”

전규환 감독의 영화 ‘성난 화가’에서 극중 악인을 징벌하는 드라이버 역을 맡은 배우 문종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어릴 적부터 별명이 ‘꼬마 니콜라’였을 정도로 이국적인 외모에 강인한 얼굴선을 갖고 있지만 문종원의 마음은 섬세하다. 고민도 많고 웃음도, 눈물도 많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연기 상대에 대한 호흡과 배려를 가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분야에는 권위자가 있다. 바로 그를 지금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로 이끈 선배 유준상이다.

“준상 형님은 공연계에서는 유명한 선배세요. 제가 어느 날 ‘어떤 회사가 좋을까요’하고 물었더니 적극적으로 알아봐주시다가 ‘우리 회사로 와’라고 해주셨어요. 들어와 보니 제 편이 있다는 게 행복하네요. 이렇게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되고 말이에요.”

이제 영화로는 두 작품이다. 우리 나이 서른일곱에 문종원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영화 속 존재감과 실제 모습 사이의 아득한 공간감만큼 그가 좋은 연기로 그곳을 채운다면 우리는 또 한 명 좋은 배우의 탄생에 기뻐할 것이다. 그때쯤 그는 좋은 사람 역시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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