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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샤를 합시다2’ 권율, 권율 장군처럼 연기라는 전장 앞에서 조용히 칼을 빼들다 [인터뷰]

배우 권율(34)은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이끌었던 장군과 이름이 같다. 권율(權慄) 장군은 ‘두려워할 율’을 한자로 쓰지만, 배우 권율(權律)은 ‘법 율’을 쓴다. 권율은 사실 본명이 아니다. 권세인이었던 그가 권율로 이름을 바꾸자 거짓말처럼 없던 권세가 생겨나고 세상이 그를 새로운 법칙으로 세워 돌아가는 듯한 많은 일이 생겼다. 남자가 봐도 질투 날 정도로 뽀얀 피부에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이목구비를 가진 그에게는 권율 장군 못지않은 큰 꿈이 깃들어있었다. 최근 tvN 월화극 <식샤를 합시다2>를 마친 그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대사로 현재 활약 중이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 출연했고, 다음 달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권율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2007년 데뷔해서 2012년까지 권세인이라는 본명을 썼어요. 제가 당연히 권씨니까 집안의 큰 위인이니 권율 장군을 알고 있었죠. ‘법 율’을 이름에 써서 ‘권세를 뜻하는 대로 누린다’는 뜻을 만들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위인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중간에 글자를 하나 더 넣으려고 했는데 좀처럼 다른 글자는 와도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냥 ‘권율’을 쓰자 그렇게 결정했죠.”

그는 그때 영화 <명량>의 오디션을 본 후 ‘권율’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다뤘던 영화에 캐스팅이 됐다. 그것도 이순신 장군(최민식)의 아들 이회 역이었다. 마치 권율 장군의 비호라도 받은 것처럼 <명량>에 캐스팅된 이후 권율의 이름은 본격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출연한 <식샤를 합시다2> 역시 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각인한 계기가 됐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 출연했고, 다음 달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권율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세종시청사에 일하는 사무관 이상우 역을 맡았어요. 저한테는 이 작품이 휴가를 다녀온 느낌이에요. 우린 늘 그러잖아요. 휴가를 보내고 오면 ‘참 즐겁고 달콤했다’ 생각을 하는데 제겐 그런 촬영장이었어요.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생기는데 욕을 한 번 씩 해달라는 분들이 있어 좀 당황하기도 해요.(웃음)”

<식샤를 합시다2>에서 그가 연기한 이상우는 서울에 집을 두고 세종시에서 일하는 고위공무원이다. 집은 크지만 딱히 밥을 하거나 살림을 하지는 않고, 공무원 사회에서도 딱 모나지 않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을 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주인공 구대영(윤두준)이 보험판매를 목적으로 다가왔다. 심심하던 세종시의 일상을 깨준 대영에게 상우는 마음을 여는데 한 껍질을 벗겨낸 그는 친구와 술 먹고 노는 일을 좋아하고, 욕도 거침없이 하는 상남자의 모습이었던 거다. 그는 나중에 백수지 역 서현진을 놓고, 윤두준과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 출연했고, 다음 달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권율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상우는 아마 엘리트 집안에 태어나서 형도 고위 공무원이거나 잘 나가는 인물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늘 해야 하는 것을 선택한 사람이었겠죠. 그래서 마음의 주변에 어느 정도 벽을 쌓아서 생활을 하는데 대영이나 수지 같은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오면 또 거침없이 돌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도 해요. 저는 상우처럼 심하게 제 자신을 가린다던지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친밀한 사람에게는 격의없이 대하는 모습이 제 실제 모습과도 비슷해서 연기가 편했어요.”

2007년 청소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그는 꽤 오랜 기간을 이름없는 배우로 지냈다. 이렇게 관심을 받은 것도 30대 중반이 다 돼서다. 전국관객 1700만을 모은 영화의 주역이었고, 로맨틱코미디로 또 한 번의 쓰임새를 알린 그에게 지금 시기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도 이 시기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의 다음 행보에 따라서 그를 따르는 박수소리는 더 커질 수도, 아니면 아예 멎을 수도 있다. 또 한 번 다시 서는 출발선, 하지만 권율은 조급하지 않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 출연했고, 다음 달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권율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제 제가 어떤 작품을 하는지가 관건이죠. 배우로서 도전을 할 수 있는 고통스러운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역할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배역을 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연기를 해서 사람들에게 행복감과 에너지를 주고, 저 스스로도 캐릭터를 넘어 인간을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책임감,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길 바라죠.”

이름이 없었다 해도 8년이 넘는 배우 생활은 그냥 쌓인 것이 아니었다. 하얀 얼굴과 정갈한 이목구비 뒤로 미래를 말하는 그의 눈빛에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는 아직 보여준 것보다는 보여줄 것이 많고, 이 많은 것들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숨기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칼을 빼들기 전 권율 장군의 모습이 그랬을까. 그는 배우라는 전장으로 향하는 장수처럼 뜨거웠지만 또한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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