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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이의 탈모치료 A to Z] 탈모에 인색한 대한민국

브루스 윌리스와 빈 디젤,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두 할리우드 배우의 공통점은 바로 ‘대머리’라는 점이다. 두 배우 모두 탈모증을 겪고 있지만 자신의 탈모를 숨기려 하기보다 자신감 있게 드러내고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외에도 서양권에서는 대머리 스타일을 유지하며 활약하는 스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양의 경우 비단 스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탈모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탈모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보거나 탈모 때문에 위축되고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겪기도 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는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탈모인의 비율이 높아 탈모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탓일 수 있다. 또 검은색 모발을 가진 동양인들과 달리 서양인들은 모발 색이 두피 색과 비슷해 탈모가 생겨도 티가 덜 난다는 점도 한몫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남들과 외모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차별하지 않는 성숙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까닭일 것으로 보인다.

서양과 달리 동양권, 특히 탈모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에서 탈모인들의 애환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탈모 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기피하는 배우자 1위가 대머리로 꼽힐 정도이고 탈모가 있는 젊은 세대들은 취업에도 불이익을 받는 실정이다. 탈모 치료를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결혼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기본이고 모멸감을 경험하거나 우울증까지 앓는 경우도 보게 된다.

병원에 있으면서 치료를 통해 탈모가 개선된 후 기뻐하는 환자들을 보면 보람이 크면서도, 그동안 탈모 때문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예상돼 씁쓸한 마음을 숨기기 어렵다.

탈모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하다면 먼저 병원부터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옛말에도 병은 알려야 낫는다고 했다. 혼자 끙끙 앓아 봐야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거나 바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병원 방문이 늦어져 치료시기를 놓치고 증상이 심해졌어도 모발이식수술을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발이식수술도 한 번에 이식할 수 있는 모발 수는 정해져 있다. 탈모가 전체적으로 진행됐다면 1회 수술만으로 탈모 이전 상태로까지 회복은 힘들다. 탈모 치료에 있어 조기 진료와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 한국에서도 탈모를 흉처럼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탈모 환자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었던 사람 중 하나로,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일단 탈모가 시작됐다면 탈모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병원부터 찾아 방문해 보자. 아직까지 한국에서 탈모로 인한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현실적인 방법은 환자 스스로가 치료에 대한 적극성을 띠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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