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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국파 vs개항파…뜨거운 ‘용광로더비’

“결정적일 때 용병의 파괴력이 참 부럽네요.” (포항 황선홍 감독)

“저 쪽은 토종끼리 뭉칠 때 무섭죠.” (전남 노상래 감독)

구한 말 개항 이후 쇄국파와 개항파의 설전이 아니다. 같은 모기업을 둔 두 프로축구 감독의 말이다. 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릴 전남 드래곤즈와 포항 스틸러스의 ‘용광로더비’를 앞둔 사령탑들의 발언에선 두 팀의 축구 컬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남과 포항은 모두 철강산업 전문업체인 포스코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똑같은 운영비를 지급받아 운영하다보니 성적이 비교되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맞대결을 벌일 때면 긴장감이 절로 감돈다. 두 팀 모두 승승장구를 벌이고 있을 때 만났기에 승부욕이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다. 전남은 최근 4경기에서 3승1무를 달리며 4위, 포항은 2연승으로 전남에 승점 2점 앞선 3위다. 두 팀 모두 선두권을 노릴 만한 성적이라 단순히 승점 3점 이상이 걸린 맞대결이 됐다.

전남 노상래 감독은 지난 4월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1-4로 대패했던 아픔을 되갚겠다는 각오다. 당시 전남은 스테보를 비롯해 방대종과 현영민, 김병지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진 공백에 신음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한 전력 누수가 없다는 점에서 포항을 누를 기회다. 노 감독은 “두 번을 연거푸 질 수는 없지 않느냐”며 “프로에 데뷔했던 1995년 황선홍 포항 감독을 4골 차이로 누르며 득점왕에 올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감독 첫 해인 올해에도 선배에게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설욕에 성공하면 포항을 누르고 3위로 도약할 수 있다.

노상래 감독이 믿는 구석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있다. 스테보(6골)가 여전히 날카로운 발 끝을 자랑하는 가운데 오르샤가 최근 7경기에서 5골·3도움의 폭발적인 활약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골잡이인 이종호(4골)까지 제 몫을 해주면서 어느 팀에 못지 않은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노 감독은 “우리의 무기는 외국인 선수”라며 “예전에 포항에서 뛰었던 스테보가 이번엔 일을 낼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반대로 포항은 올해 외국인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쇄국을 풀었지만, 여전히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친 조직력이 강점이다. 광양행 원정 버스에 오른 포항 황선홍 감독은 “우린 토종 선수끼리 뛸 때 더 강하다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상대가 어떤 축구로 나올지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요즘 득점 감각에 물이 오른 문창진(4골)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응수했다.

68번째 경기를 맞는 용광로더비의 변수로는 이적생의 활약상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전남에서 포항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심동운과 박선용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심동운은 최근 전북 현대와의 FA컵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주가를 높인 선수다. 황 감독은 “심동운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자, 노 감독은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신영준이 우리 팀에 제대로 비수를 꽂았던 것을 잊지 않는다. 같은 결과가 이번에는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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