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먼저 총맞는 조직이라지만… 게임홍보맨들 ‘크라잉게임’

요즘 게임업계 홍보 담당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게임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홍보는 산업의 한 축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때문이다.

원인은 최근 게임업계의 사정이 한창 잘나갈 때만 못한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늘 가장 먼저 타깃이 되는 것은 홍보조직이다. 특히 잘나갈 때는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인력을 쉽게 늘리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그보다 더 쉽게 줄이는 모습을 게임업계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경영자들이 홍보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홍보담당자들의 마음을 헤집는 듯하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위치한 판교테크노밸리.

최근 만난 모 업체 홍보 담당자는 “게임을 한국의 대표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키워 내기까지 최일선을 맡아 왔다는 자부심이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힘이 빠지다 보니 카페나 주점에 가면 나도 모르게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잘되면 본전, 못되면 모든 게 책임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도 유독 강하다.

특히 모바일게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홍보조직의 부담도 그만큼 늘었다. 주기가 짧은 특성 탓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만큼 부담도 커졌다. 게임이 성공하면 개발진의 공이지만, 실패의 조짐이 보이면 가장 먼저 눈총이 쏟아지는 곳이 홍보팀이다.

비슷비슷한 모바일게임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지난해 ‘게임대상’ 후에는 각사 홍보팀들이 사내에서 크게 곤란을 겪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최근 뒷말이 무성한 넥슨의 홍보실 물갈이도 홍보 담당자들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다.

기업 내부의 조직 개편에 따른 인사라지만, 외부에는 올해 초 있었던 엔씨소프트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스스로 패배를 인정해 책임을 물은 것으로 비춰지는 탓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홍보 실무진이 개인의 재량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신들의 전쟁’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철저하게 대주주 간의 분쟁 성격이 컸기 때문이다. ‘애꿎은 홍보팀에 왜?’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2011년 넥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최근 경질된 두 홍보실장의 활약으로 당시 조기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는데, 그 공은 너무도 쉽게 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또 이런 분위기에서 새로 들어온 홍보실장이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걱정도 나온다.

작고 초라했던 게임산업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홍보담당자들의 공은 결코 작지 않다.

홍보는 흔히 가장 일선에서 가장 먼저 총을 맞는 조직이라고 한다. 하지만 총탄이 쏟아지는 전쟁터로 내달리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기’라고 2015년 한국 게임업계 홍보담당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