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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김무열 “군 생활고 결혼 이후 사람들과 어울리고, 밝아졌다” [인터뷰]

2002년 발발한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김학순 감독의 영화 <연평해전>이 전국 관객 200만을 앞두고 있다. 2015년 상반기 200만을 넘은 한국영화가 네 편뿐임을 상기할 때는 이 영화의 기록은 호조다. 영화는 2002년 당시 연평해전의 모습 그리고 실제 전투를 치른 고속정 참수리호의 승무원들 일상을 다뤘지만, 후일 연평해전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 그리고 그에 따르는 정치적인 해석 등으로 작품 밖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 故 윤영하 소령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33)의 생각은 어땠을까. 그 역시 영화가 영화 자체로만 받아들여지고, 영화 속에서 나라를 위해 꽃다운 목숨을 버렸던 청년들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랐다. 김무열은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다음 날 바로 <연평해전>의 대본연습에 들어가 해군으로 3개월을 살았다. 주인공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 말을 아꼈지만 드문드문 그의 진심이 배어나왔다.

2002년 발발한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김학순 감독의 영화 ‘연평해전’에서 윤영하 소령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출연하기 쉽지 않은 영화라는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대본을 보면서 걱정은 접었어요.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했죠. 이야기가 우선 크게 와 닿았죠. 저 역시도 그 시기에 월드컵을 즐겼던 상황에서 모르고 지나친 사람 중 하나였거든요. 군대 있을 때도 제1, 2 연평해전에 대해 배웠었는데 이야기로 만들어진 대본을 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반성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저 이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그가 연기한 윤영하 당시 대위는 해군 출신 아버지의 아들로 참수리 357호 고속정의 정장으로 온다. 극중 조타장 한상국 하사(진구) 그리고 의무병 박동혁 상병(이현우)에게 처음에는 반듯하고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완벽한 모습으로 어려운 정장이지만 그들은 바다를 앞에 놓고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점점 서로 마음을 연다. 하지만 2002년 6월29일 한일월드컵 한국과 터키와의 3~4위전 경기가 열리던 날 북한 해군의 기습공격을 받고 전투에 휘말린다. 이 해전은 총 6명의 전사자를 냈다. 다섯 명은 교전 당시 사망했으며, 박동혁 상병은 내륙으로 후송돼와 치료를 하며 부상을 극복하려 했으나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영화는 그들의 만남과 교감 그리고 급박했던 교전 상황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2002년 발발한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김학순 감독의 영화 ‘연평해전’에서 윤영하 소령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영화 고사 때 처음 유족을 뵀어요. 윤영하 소령의 동생을 처음 봤었는데 그날 굉장히 술을 많이 마신 기억이 나요. 막상 질문을 못했어요. ‘어떤 분이셨냐’ ‘어떤 걸 좋아하셨냐’ 여쭤보지 못하고 술만 계속 마셨던 기억이 나요. 사실 실제 성격도 있으시겠지만 극화된 작업 안에서 드라마에 맞는 캐릭터를 생각하고 싶었어요. 제가 그리고 싶었던 윤영하 소령은 멋있는 사람이었고 따뜻한 사람 그리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현장의 해군 장비는 모두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고증이 확실했다. 하지만 군복은 전문 디자이너가 만들었는데 군인들의 복장규정을 잘 모르는 여성 디자이너도 가끔 있어 현장에서 혼란이 오는 경우가 있었다. 이때는 해군의 헌병대를 나온 배우 진구가 정확하게 규정을 알려줬다. 육군을 나온 그는 해군의 경례 구령도 다르고 직책이나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 처음에는 낯설어했다. 게다가 먼 바다로 갈수록 파고가 높아지는 바다도 큰 어려움이었다. 배의 함교에 나가면 그늘을 피할 곳이 없어 얼굴이 새카맣게 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연자가 남자 배우였던 터라 실제 전우애가 싹트는 것처럼 서로 의지하며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배우 김무열 영화 ‘연평해전’ 출연 모습. 사진 NEW

“결혼을 하고 군대를 가고 또 전역하자마자 해군이 되는 영화를 찍으니까 아내(윤승아)는 두 번 군을 보내는 느낌이었을 거예요. 속상했을 거고, 저는 또 미안했죠. 결혼하기 전에 함께 화보를 찍을 겸 외국을 다녀왔는데 그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해요.”

김무열의 최근 2~3년은 급변의 시기였다.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로 이름을 알린 후 영화 <은교>(2012), 뮤지컬 <프라미스>(2013)으로 인기를 높였지만 병역면제와 관련해 구설에 오르면서 속앓이를 하다 결국 현역 입대를 택했다. 전역 이후에는 배우 윤승아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남자로서 큰 인생의 전화기인 군대와 결혼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치러낸 것이다. 배우 김무열도 김무열이지만 인간 김무열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빠르게 변해갔다.

2002년 발발한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김학순 감독의 영화 ‘연평해전’에서 윤영하 소령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예전에는 촬영장 구석에 박혀서 대본만 들입다 파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을 하고 하니 <연평해전> 때는 달라진 걸 느꼈어요. 사람들과 친해지려 하고, 발랄해진 것 같아요. 왠지 스스로는 주접스럽다고 느낄 정도로요.(웃음) 이전에는 현장에서도 한 발짝 씩 물러나는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다 같이 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한 살 더 먹고 결혼도 했으니 이제는 이미지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걸까요.(웃음)”

그는 <연평해전>과 함께 케이블채널 OCN의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도 출연 중이다. 평범한 은행원이지만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 나서면서 그 안에 감춰진 음모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단순한 줄거리와 목표가 뚜렷해 몰입도가 있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이 작품이 끝나면 좋아하는 여행과 책 그리고 공연을 실컷 볼 생각이다.

2002년 발발한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김학순 감독의 영화 ‘연평해전’에서 윤영하 소령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야기를 자체로 받아들여 주시는 것이 <연평해전>을 상업영화로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요.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영화가 입에 오르내리는 자체가 긍정적이고 감사한 일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보시고, 많은 걸 생각하는 계기가 되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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