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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명분’은 앞서있고, ‘발길’은 뒤처진다

매시즌 그런 구단이 있다.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우승해야만 할 것 같은 구단들이 있다.

그런 구단들의 사정은 각기 다르다. 시즌 전부터 우승 후보로 평가받고 출발한 구단이 있는가 하면, 개막 이후 좋은 흐름을 탄 구단도 있다. 내년 시즌 전력 약화 가능성 속에 올해는 우승에 도전해봐야는 경우도 있다.

올해 유독 그런 구단이 많아 보인다. 뭐든지 ‘때’가 있다면, 이른바 ‘때’를 만난 구단들이다. 일단 ‘살얼음’ 4강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과 두산, NC, 넥센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어느 팀도 마음껏 달려나가지는 못하고 있다.

왼쪽부터 두산 김태형, NC 김경문, 삼성 류중일, 넥센 염경엽 감독.

■삼성, 늘 우승할 것 같은

삼성은 그야말로 빛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1년 류중일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뒤로 전례없던 통합 4연패를 이루고 5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남 부러울 것 없어보이지만, 속사정은 그렇지만도 않다. 이를테면 우승생이나 모범생 스트레스 같은 ‘우승 스트레스’가 있다. 올해도 전반기 막바지를 보내며 패수 대비 승수를 10개 이상으로 벌어놓고 순항하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따라오는 팀이 많아 편할 날이 없다.

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삼성 야구의 모토로 삼은 선발진에 틈이 생긴 것도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1일 현재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4.47로 KIA와 NC에 이어 전체 3위에 올라있다. 두산(4.50)과 LG(4.69)와도 간격을 두지 못하는 등 예년만큼 차별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장원삼의 1군 복귀 등으로 선발진의 정상 가동이 우선 숙제로 보인다.

■두산-준비했고, 될 듯도 한

두산은 시즌 준비 과정부터 달랐다. FA(자유계약선수)시장에서 롯데 출신 좌완 장원준을 영입하는 등 목표를 상향 조정할 뜻을 분명히 했다.

개막 이후도 다르지 않았다. 팀이 상위권을 지키면서도 두드러지게 앞서 나가지 못하는 가운데 전력 공백이 생기면 프런트와 현장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그 틈을 메우려 발 빠른 대응을 하는 모습이 확연했다. 외국인투수 마야를 스와잭으로 교체하고, 외국인타자 루츠를 로메로로 바꾸는 과정도 무척 신속했다. 이에 순위표 가장 높은 쪽으로 눈높이를 맞춰놓고 있다.

한 야구인은 “두산이 올시즌 만큼 적극적으로 나선 적은 또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절실해 보인다”고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후반기 스퍼트를 계산하고 있다. “‘순위’에 대한 것은 지금 당장은 의미가 없다. 전반기를 마치며 투수진을 정비하는 게 우선이고, 그것을 토대로 후반기에 성적을 내보겠다”고 했다.

■NC-‘우주의 기운’이 있다면

시즌 전, NC를 우승 후보로 꼽은 야구인은 거의 없다. 4강 또는 5강 후보에서도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NC는 시즌 절반을 달리면서 우승 후보로 올라와있다. NC는 시즌 전 평가보다 분명히 강해져있다. 특히 지난 5월에만 20승을 거두며 월간 최다승 타이를 이루는 등 몰아치기의 힘을 보였다.

그러고 보면 NC로서도 진짜 우승 기회가 올해일 수 있다. 이호준과 이종욱, 손시헌 등 ‘베테랑 카드’가 그대로 살아있는 데다 외국인타자 테임즈와 아직은 신진 세력인 나성범 등이 쉼표 없이 달려가고 있다.

구단에서도 시즌 초반 부진한 찰리를 새 외국인투수 스튜어트로 교체하면서 의지 표현도 드러냈다. NC로서는 상대적으로 약세인 뒷문이 관건이다.

■넥센-내년보다는 올해가

넥센은 최근 몇년 사이 늘 ‘기대 이상’으로 달렸다. 팀성적과 개인성적 등 곳곳에서 이야깃거리를 양산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에 올라 삼성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면서 우승까지 한 걸음 정도만 모자란 수준으로 올라왔다.

올해도 강정호(피츠버그)의 이탈로 전력 약화가 예상된 가운데서도 나쁘지 않은 행보를 하고 있다. 우승까지 치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더라도 또 한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무엇보다 올겨을 이후 전력 공백이 예상돼 올시즌 성적이 더욱 절실하기도 하다. 우선 4번타자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주포’ 유한준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마무리 손승락 또한 FA가 된다. 전력 변화가 많을 수 있다. 넥센에게는 올해가 또 ‘때’라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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