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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여름과 함께 트리플 크라운 시동

홈런(25개), 득점(73개), 최다안타(104개) 1위, 타율(0.350) 2위, 타점(68개), 출루율(0.441), 장타율(0.667) 3위.

박병호(29·넥센)가 타격 전부문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4일 현재 홈런과 득점, 안타에서 1위, 타율 2위, 타점과 출루율, 장타율에서 3위다. 마치 2010년 타격 7관왕을 거머쥐었던 이대호(소프트뱅크)를 보는 듯한 모습이다.

넥센 박병호.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가 이제 타격 전 부문에서 선두권에 오르는 ‘완전체 타자’로서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는 시동이 늦게 걸렸다. 삼성 나바로, NC 테임즈, 롯데 강민호 등이 선두권을 이루고 있을 때 한 걸음 떨어져 있던 박병호는 6월에 9개, 7월에 1개를 터뜨리며 홈런 숫자를 따라잡았고, 결국 자신의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홈런에서 1위를 되찾았다.

홈런만 제 페이스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타율이 함께 상승하면서 타자 최고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리플 크라운’이 가까워졌다.

‘트리플 크라운’을 대기록으로 인정하는 이유는 홈런과 타율은 서로 ‘반비례’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홈런을 위해서는 큰 스윙을 해야 하고 큰 스윙은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프로야구 역사상 3명(선동열, 류현진, 윤석민)이 여러차례 만들었지만 타자 트리플 크라운은 2명(이만수, 이대호)이 전부였다. 홈런과 타율은 배반적인 기록이다.

박병호는 타율을 3할5푼까지 끌어올렸다. 박병호는 6월 한 달 동안 홈런 9개를 치는 동시에 월간 타율이 무려 3할9푼이나 됐다. 타격의 정확도와 함께 힘이 동반 상승하면서 ‘완전체 타자’에 가까워졌다.

타율 1위에 올라있는 팀 동료 유한준(0.355)과는 이제 5리 차이다. 타점에서는 NC 테임즈(75개), 이호준(74개) 등과 6~7개 차이다. 경기 수에서 부족하지만 따라잡기가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박병호의 ‘진화’는 적극적인 스윙에서 나왔다. 박병호는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인 스윙을 하려고 하고 있다. 보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하다 보니 안타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3번 타순에서는 유한준이 제 몫을 해 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강정호가 빠진 5번 타순에서의 도움은 지난해보다 못하다. 상대의 어려운 승부를 그대로 지켜보고 흘리면 팀의 득점 생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4번 타자’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걸러 나가는 것보다는 빠른 카운트에서 스스로 승부하는 것이 팀을 위해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그래서, 지금 가장 마음에 드는 기록은 득점 1위다”라고 말했다. 승부에 직결되는 기록이기도 하다. 박병호는 “열심히 치는 것은 물론, 출루하고 난 뒤에도 열심이 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을 위한 노력이 박병호의 기록을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 득점을 위한 노력은 안타 숫자를 늘리고, 타율을 끌어올렸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지만, KBO리그는 2015시즌이 끝났을 때 사상 3명째(4번째)의 트리플 크라운 타자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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