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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윤계상 “영화 속 이야기,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 [인터뷰]

“이런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 상태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다르죠.”

배우 윤계상(37)은 2년 전에 김성제 감독의 영화 <소수의견>을 촬영했다. 시기로만 따지면 당시 개봉해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인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과 비슷한 시기 공개돼야 했을 영화였다. 하지만 당시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개봉을 연기했고 당시 원작 소설을 쓴 손아람 작가는 배급사와 정권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글을 남기면서 논란은 커졌다. 그리고 2년 후 지난 달 영화는 2년 만에 빛을 봤다. 영화는 지난 5일까지 누적 33만70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김성제 감독의 영화 ‘소수의견’에서 극중 지방대 출신 국선변호인에서 세간의 화제를 모은 국가배상판결에 뛰어드는 변호사 윤진원 역을 맡은 배우 윤계상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영화는 제작하고 홍보하고 상영되는 내내 2009년 일어난 ‘용산 참사’와 비유돼왔다.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현실 속 사건과 극중 ‘서대문구 북아현 13구역 6블록 뉴타운 재개발’을 위한 철거작업 중 의경 한 명과 철거민의 아들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을 다룬 영화 속 이야기가 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 밖 부글대는 감정의 열기에 비해 시종일관 차분한 법정극의 형태를 유지한다. 영화가 ‘용산 참사’를 돌이킨다고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누구도 국가권력에 의해 이러한 불상사를 겪을 수 있으며, 국가의 잘못이 결국 다각적인 내부작업을 통해 무마되는 과정을 차가운 시선으로 들여다 본 것이라고 봐야 한다. 윤계상은 이 영화에서 지방대 출신 국선 변호사에서 ‘철거 현장 사망사건’ 피의자를 변호하면서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윤진원 변호사를 연기했다.

“영화를 제안 받았을 때 ‘픽션(허구)’이고 용산에 모티프를 두지 않았다는 말씀을 처음에 들었어요. 저도 용산 사건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만일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의도에 동참을 결정했죠. 탄탄한 극의 구도와 배역이 갖고 있는 각자의 개연성이 좋았어요. 큰 줄거리는 국가와 일개 변호사와의 법정다툼이지만 윤진원이라는 변호사의 성장담이 안에 있죠.”

김성제 감독의 영화 ‘소수의견’에서 극중 지방대 출신 국선변호인에서 세간의 화제를 모은 국가배상판결에 뛰어드는 변호사 윤진원 역을 맡은 배우 윤계상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극중 윤진원은 국선변호사로 2년째를 맞아 스스로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로펌에도 지원하는 등 구직에 나서지만 마침 철거 현장에서 의경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박재호(이경영)를 변호하게 된다. 모두가 철거 현장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재호의 아들을 살해했고 그에 분개한 재호가 직원을 살해한 것으로 알지만 재호는 꾸준히 경찰들을 파악해왔다는 말과 함께 아들을 죽인 것은 바로 자신이 죽인 그 의경 즉 경찰이라고 말한다. 뭔가 낌새를 챈 진원은 자신의 유명세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재판에 뛰어든다.

“열등감이 내재된 인물이에요. 처음에는 과연 그런 사람을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윤진원에게서 제 모습을 많이 봤죠. 윤진원도 그렇지만 저도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고, 흥행작을 갖고 싶은 생각 때문에 배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감독님도 그러셨어요. 감독으로 장편 데뷔를 해야 하고 흥행도 해야 하지만, 감독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계셨죠.”

배우 윤계상 영화 ‘소수의견’ 출연 장면. 사진 시네마서비스

극은 앞부분 철거 현장의 사고를 제외하고는 계속 법정공방으로 이뤄진다. 진원과 그의 운동권 출신 변호사 선배 대석(유해진) 그리고 일간지 법조기자 수경(김옥빈)은 이 사건에 국가의 은폐 시도가 있다고 보고 차근차근 증거를 모은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맡은 검사 홍재덕(김의성)의 비리 혐의를 발견하고 이를 무기로 법정에 나선다. 용역업체에 입단속을 시켜 사건을 지우려는 국가와 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캐내는 주인공들의 맞대결이 스릴러 못지않은 긴장감을 준다.

“법정장면은 승부욕이 많이 자극됐어요. 연극처럼 세트를 지은 다음에는 감독님이 알아서 동선 만 지켜 연기하라고 하셨죠. 판사 역 권해효 선배나 검사 역 김의성 선배 그리고 유해진, 장광 선배 등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 치열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의도는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모든 정책의 앞에는 사람이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은 것 같았어요.”

김성제 감독의 영화 ‘소수의견’에서 극중 지방대 출신 국선변호인에서 세간의 화제를 모은 국가배상판결에 뛰어드는 변호사 윤진원 역을 맡은 배우 윤계상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영화는 그렇게 치열하게 찍혔지만 개봉은 차일피일 밀려 벌써 2년이 됐다. 그의 입장에서는 “언젠가 영화가 나올 거라고 믿는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대의 화제를 모두 모았던 <변호인>과 맞섰다면 오히려 영화가 더 알려지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다행스러운 마음도 있다. 윤계상은 그 기간 가운데 그룹 god로서 가수 활동도 하고, 사업도 시작했다.

“god가 재결성돼 활동하면서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내가 과연 이렇게 환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희열이 있었죠. 한 때는 연기가 너무 좋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하면서 ‘가수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란 걸 깨달았죠. 무대에 서면서 관객을 보면서 ‘내가 이 사랑을 배신하는 순간 정말 내게는 큰 일이 생기겠구나. 절대 모른 척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성제 감독의 영화 ‘소수의견’에서 극중 지방대 출신 국선변호인에서 세간의 화제를 모은 국가배상판결에 뛰어드는 변호사 윤진원 역을 맡은 배우 윤계상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는 곧 한 종편채널의 드라마에 합류한다. 그 이야기 역시 주가 조작을 통해 작전을 시작하는 인물이 역으로 작전에 걸려 350억원을 잃고 서울역 노숙자로 전락했다가 앵벌이 조직 정점에 100억원 규모의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재기를 노리는 내용을 담았다.

“확실히 메시지가 있는 작품에 욕구가 생기는 부분은 있어요. 뉴스도 신문을 통해서 많이 읽고요. 사설도 읽으면서 사회적인 사안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딱히 시민단체나 비정구기구에 회비를 내진 않지만 불의를 보면 입바른 소리는 하는 타입이에요.”

배우 윤계상(오른쪽) 영화 ‘소수의견’ 출연 장면. 사진 시네마서비스

<소수의견>은 지난 날 일어난 참사라기보다는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미래의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일을 다뤘다. 윤계상은 다시 한 번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면 그 몰입도는 얼마나 높을까.

“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일 수 있어요. 그 당사자가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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