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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 고준희가 진짜 갖고 싶은 수식어는? “웃긴 여자” [인터뷰]

스스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떤 특정한 이미지가 붙어있는 연기자가 있다. 연예계에는 유별나게 ‘패션’에 대한 수식어들이 많은데, 이유는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살고 많은 옷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셔니스타’란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와 있는 배우들이 많다. 하지만 패션과 연기에 있어서의 실력은 일반적으로 반비례로 생각되는 듯하다. 그래서 많은 연기자들이 ‘패셔니스타’ 수식어를 어느 정도 연기의 경지에 오르면 벗어나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패셔니스타 이미지가 딱히 불편하지 않은 연기자가 있다. 게다가 그는 또 다른 이미지로 ‘웃긴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실제 마주 앉은 이배우, 웃기긴 하다. 딱히 웃기려고 노력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자유롭게 활력있는 생각들에 웃음이 난다. 그러면 그는 또한 더 신이 난다. 배우 고준희(30)의 이야기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 나미 역을 연기한 배우 고준희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고준희는 최근 임상수 감독의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 출연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갈는지도 모르는 자유로운 영혼 ‘나미’를 연기했다. 그는 지누 역의 류승범과 함께 불온한 자금을 입수한 후 이를 통째로 가지려고 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나미, 지누 일당과 그 돈을 쫓는 불온한 세력의 통쾌한 추격을 다뤘다. 하지만 ‘고준희’하면 일단 패션이 빠질 수 없다.

“펑키한 스타일을 콘셉트로 잡았죠. 나미는 상황이나 환경이 좋은 아이는 아니에요. 하지만 구질구질한 애는 아니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표현하고 싶어 해요. 그게 나미의 차나 집에 새겨져있어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만큼 자신이 입는 옷에도 성격을 투영한다고 생각했어요. 스타일리스트가 8년을 같이 일했는데 나미 역할을 잘 이해해줘서 믿고 맡겼어요.”

임상수 감독의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 나미 역을 연기한 배우 고준희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는 영화 안에서 팔색조처럼 옷을 바꿔 입는다. 처음 등장할 때는 가죽 재킷에 청바지 패션을 선보이고, 짧은 치마, 선글라스, 퍼(모피) 스타일 등 변화무쌍하게 변신한다. 오죽하면 그는 극중 흠씬 두들겨 맞고 병원을 찾을 때도 독특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병원에 입고 갔던 퍼 의상이 인상 깊어요. 망사 스타킹을 입은 것도 몇 장면 있었는데 재미있었어요. 나미 의상을 준비하면서는, 입었을 때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의상을 골랐어요. 자유롭지만 과하지 않은 것이 중요했죠. 일단 의상이 과하면 연기할 때 불편하잖아요.”

배우 고준희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출연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패션 뿐 아니라 고준희는 이번 역할을 통해 새롭게 도전한 것이 많다. 몸치라고 스스로 주장하지만 용감하게 액션에 도전했고, 류승범과의 과감한 멜로연기도 선보인다. 기성세대를 신경쓰지 않는 젊은 세대 특유의 ‘쿨’함. 임상수 감독이 영화로 의도한 이미지가 있었다면 고준희의 모습을 통해 구현됐다고 보는 게 맞다.

“자유분방한데 까불지는 않고, 청승맞지도 않고 통통 튀어요. 한 마디로 ‘뻔한’ 캐릭터가 아니었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할 때도 그냥 순순히 인정하잖아요. 전반적으로 쿨한 캐릭터다 보니 감정을 쏟아내면서 연기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어요. 오열하고, 막 열연해야 연기를 하는 것 같은데 우리 영화는 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솔직히 나미를 연기하면서 어떤 메시지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없어요. 그냥 신나고 즐겁게 나미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셨으면 했어요.”

임상수 감독의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 나미 역을 연기한 배우 고준희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나미의 쿨함은 그대로 고준희 평소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고준희는 다 알다시피 연예가를 대표하는 패셔니스타 중 하나다. 2001년 처음 데뷔하게 된 계기도 모델 일을 통해서였고, 172㎝의 큰 키에 서구적인 얼굴에서는 모델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고준희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화보’ ‘단발’ ‘숏컷’ 등 그의 외모에 대한 연관단어가 많다.

“불만 없어요. 오히려 감사해요. 그런 이미지를 제가 못 가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왜, 나는 배우인데. 나의 연기는 안 봐주는 거예요?’라고 따로 불평, 불만을 갖지 않는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제가 즐기면 언젠가는 같이 즐기고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외모에 대한 부분은 제가 의도한 건 없었어요. 그냥 저도 여자니까 하고 싶은 걸 하는데, 이게 매체를 통해 공개되고 그러는 거죠. 머리 자른 것도 의도한 건 없었어요.”

배우 고준희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출연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패셔니스타 이미지에도 쿨하게 대응하는 그. 그렇다면 갖고 싶은 이미지는 없을까. 정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웃긴 이미지요! 많은 분들이 제가 얼마나 웃긴 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멍석을 깔아주면 제가 잘 못 웃기는데 웃기고 싶어요. 웃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해피투게더3>를 나갔다가 ‘제 대표작은 단발머리죠’하는데 아무도 안 웃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웃기려고 한 말인데….”

그는 웃음의 롤 모델로 드라마 <야왕>을 함께 찍은 권상우를 골랐다. 권상우의 유머 세계 역시 범인(犯人)들은 이해 못하는 심오한 곳이 있다. 고준희도 그 경향을 따라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딱히 웃기려고 하지 않지만 오히려 독특한 자신의 생각을 자신감있게 내세우는 곳에서 웃음이 난다. 조금만 그를 바라보는 우리가 바뀐다면 그는 ‘웃긴 여배우’ 고준희가 충분히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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