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열정, 가득한 낮… 낭만, 흐르는 밤… ‘휴양의 고장’ 경상북도 청도

소싸움·프로방스 ‘대표 문화상품’ 자리 잡아

와인터널 운치…삼계리·남산골 계곡은 시원

저렴한 비용으로 알토란 여름휴가에 ‘딱 좋아’

여름이다. 너나없이 더위를 피해 산과 강, 바다로 떠나는 계절. 이즈음이면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끼리 머리를 맞대고 어디에서 신나고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낼지 계획을 짜느라 바쁠 터이다. 그런데 막상 떠나려고 하면 어디가 좋을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산은 아늑하게 쉬기는 좋지만 즐길거리가 부족하고, 물가는 신나게 놀기는 좋지만 ‘힐링’이 부족하다. 게다가 잔뜩 엷어진 지갑 탓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에는 마음이 무겁다.하지만 이런 모든 고민을 한방에 날려버릴, 편히 쉬다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신나게 구경하면서 놀 수 있는 곳이 즐비한 ‘휴양의 고장’이 있다. 바로 경상북도 청도다. 자동차로 10분 거리 안에서 이른 아침 건강에 좋은 온천욕을 즐긴 후 시원한 와인터널에서 낮의 열기를 식히고, 밤이면 황홀한 빛의 향연 속에서 신나는 공연을 볼 수 있는 청도. 어디로 눈길을 줘도 산뿐이지만, 그 산들이 대부분 물을 품고 있어 산과 물이 함께 있는 청도. 서울보다 넓은 군 전체가 휴양지라고 할 수 있는 청도라면 저렴한 비용으로 즐겁고 건강한 여름휴가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청도소싸움경기장

‘청도’ 하면 가장 먼저 소싸움이 떠오를 만큼 소싸움은 청도를 대표하는 문화 상품이 됐다. 청도역에서 외지인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상징물도 소다.

소싸움은 오래전부터 경상도 지방에서 성행하며 주로 한가윗날 벌이던 민속놀이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싸움소를 따로 길렀고, 싸움소가 이기는 것을 마을 전체의 경사로 여겼다. 이런 민속놀이에 스포츠의 개념을 더해 특화한 것이 지금의 청도 소싸움이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에 자리잡은 청도소싸움경기장(2011년 9월3일 개장)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각각 10경기의 불꽃 튀는 소싸움이 벌어진다. 1만1245석의 좌석을 갖춘 돔형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5분 6라운드의 소싸움은 어느 스포츠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을 선물한다. 700~1000㎏에 이르는 거대한 소들이 뿔을 맞대고 벌이는 힘겨루기는 남녀노소 모두를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공간인 소망관과 지하발매소에서 가족·친지·연인과 함께 홍소·청소를 응원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더위를 날려 버릴 수 있다. 소싸움경기장 입구인 소테마파크에서는 소싸움로봇 등 소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입장료도 없고, 주차비도 공짜다. 다만 소싸움을 보려면 주말로 여행 계획을 잡아야 한다.

프로방스

청도소싸움경기장 바로 맞은편에서는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빛의 축제가 펼쳐진다. 바로 프로방스다. 이곳은 경부선 철로 옆에 있어 열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조명등의 화려함에 반해 한번쯤 와 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 청도의 ‘명소’다.

세상에 어둠이 내리면 화려한 조명등 아래로 불나방이 모여들 듯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곳 ‘프로방스’. 형형색색의 조명등과 어우러진 하트 모양의 불빛과 터널, 여기에 고흐 등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한여름밤의 열대야는 사라지고, 그저 감탄의 탄성만 남는다. 특히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고 한여름밤의 추억을 만들기에 청도 프로방스만큼 화려한 곳은 없을 듯하다.

와인터널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에 있는 와인터널은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구 남성현 터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용도를 다하고, 천혜의 환경 조건으로 와인이 숙성되는 공간으로 변했다.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쌓아 건설한 터널로, 상시 온도가 13~15도를 유지해 와인을 발효·숙성하는 데 제격이다.

특히 이곳의 와인은 포도가 아니라 청도의 명물인 반시(모양이 쟁반처럼 네모나게 생긴 감으로, 청도 반시는 씨없는 감으로도 유명하다)로 담근 것이어서 그 맛이 독특하다. 청도의 감 와인은 청와대의 공식 행사 때 건배주로 애용될 정도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아름다운 터널에서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즐기는 와인 한잔에는 사랑과 행복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

삼계리계곡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남의 언양을 잇는 도로를 따라 펼쳐진 삼계리계곡은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이다. 배너미, 생금비리, 개살피라는 세 계곡으로 이뤄져 삼계계곡으로 불린다. 도로가에서 언뜻 보기에는 여느 계곡과 다름없는 듯하지만 도로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계곡 좌우에 늘어선 갖가지 형태의 바위, 그 앞을 완전히 덮고 있는 울창한 숲, 해발 1240m의 가지산에서 발원하는 계곡물은 산자락 곳곳에서 흘러드는 물과 합쳐 급류와 폭포를 이룬다.

운문댐을 거쳐 운문사 쪽으로 가다가 문명분교 앞 삼거리에서 왼쪽 언양 가는 길로 6㎞쯤 향하면 계곡이 시작되는 삼계리 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닭·염소 등의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이 여럿 있으며, 아름다운 펜션이 계곡을 따라 많이 있고 민박도 가능하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가면 언양 석남사가 나온다.

운문댐 하류보

청도군은 올여름 휴가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여름휴가 청정 지역에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운문댐 하류보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손님 맞을 채비를 마쳤다.

청도군은 우선 운문댐 하류보 1만4000평의 부지에 잔디밭을 꾸미고, 잔디밭에 느티나무를 심어 제법 큰 그늘을 만들었다. 넓은 주차장은 물론이고 수도시설과 화장실 등을 넉넉히 갖추고 체육시설도 다양하게 구비해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여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을 조성해 놓았다. 운문댐의 깨끗한 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삼계리계곡, 천년 숨결의 고찰 운문사가 도심의 짜증을 단박에 씻어준다.

남산골계곡

청도군의 진산으로 알려진 해발 870m의 남산(일명 화산 또는 오산)은 이 고장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채 산서지방 6개 읍·면을 한눈에 바라보면서 마치 감싸고 있는 듯한 명산이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경애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갖가지 전설과 함께 선현들의 발자취가 숨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도군 화양읍에서 동천을 따라 약 2㎞ 가면 하늘과 땅이 조화로움을 이루어 빚어낸 천혜의 절경 ‘남산골계곡’이 있다. 남산골계곡은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들이 어우러지며 신비함을 연출한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절벽, 소를 이루며 흐르는 청담옥수는 찾는 이들의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또 골짜기를 가득 메운 울창한 숲은 서늘한 한기로 여름 무더위를 쫓아낸다.

낙대폭포

청도역에서 약 3㎞ 떨어진 남산 중턱에 높이 30여m의 폭포가 있다. 낙대폭포다. 기암괴석의 깊은 계곡에 울창한 나무들이 숲을 이룬 가운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일대 장관을 이룬다. 낙대폭포는 사계절 내내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만개한 벚꽃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에다 깊은 계곡에서 밀려오는 바람이 오싹한 추위를 느끼게 하면서 절경을 이룬다. 또 가을이면 오색 단풍이 풍벽을 이루고, 겨울에는 흐르던 폭포수가 그대로 얼어붙어 색다른 멋을 뽐낸다.

낙대폭포는 예부터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약수폭포’라고도 불린다. 이 때문에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이 찾아들어 웃통을 벗은 채 폭포수를 맞으며 신경통을 치료하고, 더위를 식히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린다.

이 밖에 풍각면 성곡리 성곡댐 앞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가방 극장이 있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운영 중인 코미디 전용관으로, 코미디언 지망생들을 위한 코미디사관학교 ‘청도코미디철가방극장’이다. 무대 배경이 열리면서 성곡댐이 객석으로 다가오는 ‘청도코미디철가방극장’은 한여름 무더위를 웃음으로 날려버릴 이색 명소다.

한편 청도는 지금 여름 과일인 복숭아가 제철을 맞았다. 달콤한 맛이 잔뜩 밴 청도 복숭아를 한 입 가득 베어 물어보는 것도 청도 구경의 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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