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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이의 탈모치료 A to Z] 피할 수 없으면 심어라

와튼스쿨의 앨버트 마네스는 어느 날 한 가지 독특한 실험을 시도한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밀어버리자 사람들이 한층 공손한 태도로 대한다는 것에 주목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험 결과 사람들은 풍성한 머리에 비해 빡빡머리 남성을 좀 더 위엄 있게 인식한다는 것이 나왔다.

반면 머리숱이 적은 남성은 가장 약하게 보는데,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한 실험 결과와도 동일한 결론이었다. 해당 실험들이 드디어 탈모인들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겪어 온 차별을 객관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머리가 빠지는 것만으로도 속상한데 사람들의 시선과 대하는 자세도 언제부터인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점점 많은 남성들이 ‘고개 숙인 남성’이 돼 간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빡빡 밀어 버리자니, 보수적인 국가에 속하는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예술계열에 종사한다면 개성의 표출이라고도 보지만, 일반 샐러리맨들이 머리를 민다는 것은 ‘반항’의 의미이자 ‘퇴사’의 결심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도 대한민국의 탈모인들은 남은 머리로 힘겹게 빈 곳을 덮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탈모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경우 단순히 외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달라진 태도로 인한 모멸감과 우울증에 정서적으로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취업부터 연애·결혼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아 힘겨워한다.

그럼에도 내원하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치료시기를 놓친 다음 오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자연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기 원하거나 병원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인데, 조기에 치료할수록 탈모가 개선될 확률이 높다. 초기에는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거나 바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치료 시기를 이미 놓친 탈모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경우에는 모발이식수술을 통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 약물이나 다른 방법으로는 탈모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공급해 탈모를 치료하는 것이다.

다만 모발이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모발의 수는 정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이 만병통치약으로 탈모 이전의 상태보다도 더욱 풍성한 모발이 될 것이라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심각한 탈모인이 모발이식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탈모를 받아들이거나, 가발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큰 마음먹고 빡빡 미는 수밖에 없다. 또한 모발이식이 수가 한정돼 있다 해도 수술 이후에는 더 이상 탈모가 자신의 인생을 발목 잡는 악재(惡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탈모인들에게는 피할 수 없으면 심는 것이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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