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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꽁트] 아줌마들은 어디까지 봤을까?

낚시꽁트(낚꽁) - 아줌마들은 어디까지 봤을까?

매 년 9월이면 심히 아픈 기억 한 가지가 머리를 쑤신다. 지금도 그때의 황당했던 상황이 떠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지경이다. 어쩌다 그런 모진 실수를 저질렀을까?

14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붕어 낚시를 한다며 칠날레 팔날레 전국을 절간 앞 빗자루질 하듯이 쓸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갔다가 매우 매력적인 낚시터 한 곳을 우연히 발견했다. 가평 현리 가족콘도 앞 하천 웅덩이인데 물도 맑을 뿐 아니라 빠가사리·꺽지·갈겨니 등등 매운탕거리로 딱 좋은 잡어들이 지렁이 미끼를 넣는 족족 올라올 뿐만 아니라 가끔씩 황금색 붕어도 올라오는 곳이었다.

나는 그해 여름 이후 매운탕이 생각나면 망설이지 않고 가평 그곳으로 달려갔다. 제방둑 아래 혼자만 오붓이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낚시 환경도 최적이었다. 괜히 귀찮게 참견해 대는 사람들 시선을 적당히 피할 수 있어 좋고 낚싯대를 늘어 놓고 잠시 다른 볼일을 다녀와도 워낙 외진 곳이라 손탈 염려도 없었다. 그야말로 깊숙이 숨겨둔 보물터였다.

그날은 아침부터 은근히 매운탕이 당겼다. 나는 구상 중이던 작품을 내팽개치고 가차없이 가평 보물터를 향해 달려갔다. 평일에다 대낮인지라 주위는 텅 비어 있었다. 오로지 흐르는 물과 끝도 없이 깔려 있는 자갈들…. 이곳은 어찌된 영문인지 대낮에도 잡고기들이 잘나왔다. 나는 지체없이 외대일침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역시나 잡고기들이 연방 올라온다.

그렇게 한참을 낚시 재미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찌가 쭈욱 힘차게 빨려 들어갔다. ‘큰놈이다!’라는 직감으로 챔질을 매섭게 했다. 잔뜩 휘어지는 낚싯대. 큰 놈이 분명했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낚싯대를 세우며 제압을 하기 시작했는데, 하필 그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악을 지르며 울어댔다. 나는 한 손으로 낚싯대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더듬더듬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아뿔싸! 핸드폰이 손에서 미끌어지며 웅덩이 속으로 퐁당 빠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얼굴도 보지 못한 고기는 바늘털이를 하며 달아나 버렸다.

달아난 고기야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물에 빠진 핸드폰이었다. 수심이 2m 정도였지만 물이 워낙 맑아 핸드폰이 손에 잡힐 듯 훤히 보였다. 나는 잠수를 해서 핸드폰을 건져내기로 작정했는데 9월이라 수온이 몸서리칠 만큼 차지는 않았지만 핸드폰을 건진다 하더라도 물에 푹 젖은 팬티를 입고 있어야 한다는 게 난감했다. 여기서 낚시를 접을 수도 없고…. 결국 나는 팬티까지 홀랑 벗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주위는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으니 재빨리 핸드폰을 건져낸 후 옷을 입으리라 나름대로 계산을 했다. 결국 나는 벌건 대낮에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고 홀랑 벗은 채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핸드폰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다. 아무리 자맥질을 해도 손에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았다. 알겠지만 자맥질을 하려면 엉덩이가 수면으로 떠오르며 거꾸로 처박혀야 한다. 이 때문에 있는 거 없는 거 다 보여주어야 하고, 그렇게 십수 번 자맥질을 한 끝에 드디어 핸드폰을 손에 쥐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제방 둑 위에서 수십 명의 아줌마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여행사 버스가 가족콘도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물속을 열심히 자맥질하는 나를 발견하고 뭘 하는가 싶어 우르르 몰려든 것이고, 나는 한 손에 핸드폰을 쥐고 수면에 동동 뜬 채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저 놈의 여편네들이 언제부터 저기에 있었던 거지?” 수십 명의 아줌마는 내 엉덩이 등을 눈 터지게 감상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아줌마 한 명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 뭐 잡혀요?” 나는 그야말로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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