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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불안, 피할수 없다면… 연구하라!

MBC <개그야>의 ‘명품남녀’에서 웃음 제조기로 인기를 모은 남정미. 하지만 요즘 그녀는 개그우먼보다 ‘책방 옆집 여자’로 더 유명하다. 개그 못지않은 서평가로서의 매력을 폴폴 풍기는 덕이다. 그녀 옆에는 ‘책방 옆집 여자의 남자’이기를 소원하는 출판평론가 김성신이 함께한다. 자칭 ‘책방 죽순이·죽돌이’인 두 사람의 유쾌상쾌통쾌한 북톡카톡 마흔 번째 이야기는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스콧 스토셀 지음 / 홍한별 옮김 / 옮김 / 반비)이다.

성신:정미씨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지 이제 10년 정도 됐지요?

정미:네 벌써 그 정도 됐네요.

성신:얼굴은 아직 젊고 예쁜데… 꽤 오래 묵은 여자 사람이군 ㅋㅋ.

정미:이봐욧! 그러는 선생님은 평론가 데뷔 올해 몇 년 차시죠?

성신:푸핫! 내 나이는 이야기하기 없기! 2000년도부터니까 올해로 꼭 15년째라오.

정미:88만원만 입금하시오. 그럼 그 나이 발설하지 않으리다.

성신:돈 없소! 그냥 발설하시오!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든 10년을 넘게 하면 꽤 익숙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떨리고 불안한 순간이 있지 않던가요? 정미씨는 어때요?

정미:그렇죠.

성신:정미씨가 큰 무대에서 개그를 하거나 진행할 때 보면 참 능숙하게 하는데, 그래도 속으로는 불안할 때가 있다는 거죠?

정미:뭐든 마찬가지겠지만, 코미디언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야 하잖아요? 개그 영역은 더욱 그렇죠. 시청자들이 싫증낼까 봐 늘 불안 초조….

성신: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몇 개씩 딴 스포츠 스타도 매번 불안하다고 하더군요.

정미:불안하지 않은 현대인은 아무도 없다고 봐야겠군요.

성신:불안에 대해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정미:네?

성신:내면의 그 불안함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나 싶어요. 극심한 불안을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쓰는 사람도 있더군요.

정미:맞아요. 불안해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성신:내 눈에는 정미씨도 좀 그런 사람 같아요.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더욱 초인적인 힘을 내서 뭐든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쓰잖아요?

정미:헤헤~ 그런가요? 나의 ‘불안한 기색’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해야 해요. 그건 곧 ‘자신 없다’는 일종의 고백이 되거든요. 사회는, 특히 무대는 불안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죠.

성신:그래요. 그렇겠지요. 그런데…, 반면 불안에 늘 눌리고 지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정미:불안은 일종의 현대인의 풍토병 같아요. 주변을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불안증이 있더라고요.

▲소름끼치는 공포영화도
세트장을 보면 두렵지 않듯
적당한 불안감은 오히려
발전동력이 되기도 해

성신:최근 스콧 스토넬이라는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딱 그런 지점을 아주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더군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을 스스로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정미:저도 그 책 정말 흥미롭게 읽었어요. 특히 그 장면 기억나요. 인터뷰 하러 케네디가에 갔다가 응가 물이 넘쳐서 개고생했다는 이야기!

성신:생각만 해도… 으~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하하하.

정미:그런 일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직접 겪는다면 화장실 갈 때마다 불안해지겠지요.

성신:<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불안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총망라하다시피 하고 있죠. 불안의 지식에 관한 일종의 강박적 집착이랄까? 저자 자신이 실제로 불안증을 가진 사람이라고 고백하더군요.

정미: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문이 안 열리면 어쩌나, 줄이 끊어지면 어쩌나. 심지어 내가 마지막으로 탔는데 인원 초과 벨소리가 크게 울리면 어쩌나… 그러고 보니 전 ‘완전 맨날 불안녀’네요.

성신:하하하 바로 그런 일상적인 불안을 이야기하니까, 나는 책 속의 이 대목이 떠오르네요. “불안은 어쩌면 사치인지도 모른다. ‘진짜’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때에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중세 유럽인들은 두려워해야 할 진짜 위협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어쩌면 불안해할 여유가 없었을지 모른다. 적어도 프로이트가 말하는 신경증적 불안(실제로는 두려워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것에 대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불안)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정미:‘불안은 진짜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묘하게 위로가 되는데요^^.

성신:마치 공포영화의 분장실과 세트장을 보면 느끼게 될 공포의 해소랄까? 안도감이랄까? 그런 것을 생각했어요. 알면 안 무섭죠.

정미:저는 환경에 의해 불안이 조성되는 가능성에 대해 저자가 말하는 부분도 상당히 공감이 갔어요.

성신:나는 이 책의 저자가 취한 방법이 가장 건강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불안 대처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정미:저자가 취한 방법이 뭐죠?

성신:‘불안에 대한 연구’ 말이에요.

정미:불안에 대한 연구! 뭐 약물 투여도 해보고 온갖 요법들도 다 해봤지만 참여한 의사들까지 손발 다 들게 만든 이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결국 정면 승부였네요.

성신:맞아요. 정면 승부! 뭔가 두려운 대상이나 존재가 있을 때, 그것의 본질을 알 수 있다면,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정미:그런데 불안을 가지고 사는 것도 전적으로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이 더 사색적이고 목표에 집중하며, 조직력과 계획력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요. 그런 것을 보면 균형을 지켜 불안에 압도되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성신:역시 씩씩하군!

정미:“걱정꾼들은 가장 철저한 일꾼이자 가장 사려 깊은 벗이다”라잖아요.

성신:맞아요. 균형감만 유지한다면 불안을 엄청난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겠지요.

정미:나는 늘 불안해서 이것저것 일 벌여서 에너지원을 만드는 건가?

성신:나는 그대가 그러다가 갑자기 시집 가 버릴까 봐 불안하오. 어느 날 갑자기 너무나 달콤한 사람에 빠져서, 코미디고 서평이고 나발이고 다 팽개쳐버리고… 그럴까봐 덜덜덜… 불안불안~ ㅋㅋㅋ.

정미:아! 그런 불안…은! 과감하게 버려도 된다고 말하고 싶소! 가망성 제로!

성신:그래도 나는 사랑하는 후배님의 자존심을 위해 늘 불안해해 줄게요. 사람이 예의가 있지, 그런 것까지 안 불안해하면 쓰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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