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너사시’ 하지원의 화려한 변신 “예쁘다는 말이 너무 좋았어요” [인터뷰]

“예쁜 옷, 정말 원 없이 입었죠.”

배우 하지원은 여배우 중 대표적인 ‘액션’ 캐릭터다. 영화 <색즉시공>(2002)이나 드라마 <다모>(2003)에서부터 그는 몸을 쓰는 연기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는 사극에서는 형사 역할을 했고 권투선수, 탁구선수, 특수요원, 스턴트우먼,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해저 전문가, 검객 등 몸으로 하는 연기에 주로 캐스팅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드라마에서 패션 업계의 베테랑을 연기했다. 더 이상 미루면 만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종방한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오하나를 연기한 하지원은 오랜만에 여자로서의 취향을 맘껏 드러냈다. 정신없이 달렸던 10여 년, 그는 어느새 30대 후반의 여배우가 됐다. 지금껏 하지 못한 연기를 한 경험은 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종방한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오하나 역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오랜만의 현대극 그리고 주말극 출연이었다.

“굉장히 재밌게 찍었어요. 시청률에 비하면 체감 반응은 좋은 편이었어요. 특히 하나와 원(이진욱)의 관계가 진전이 될 듯 말 듯 한 부분에서는 많은 분들이 ‘암 걸리겠다’고 하신 적도 있었죠. 촬영을 하는 중에 잠깐 병원에 다녀왔는데 간호사 분들이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하시면서 그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전 오하나 캐릭터를 잘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 작가가 중간에 바뀌는 등 내홍도 있었다. 그리고 원작과 전개가 달라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작가님은 바뀌었지만 현장에서 대사를 바꿔서 제 입에 맞춰 고칠 수 있는 여유를 줬어요. 저나 진욱씨가 같이 수정해서 만들었죠. 감독님이 연기를 하면 ‘컷’ 싸인을 금방 안 주시니까 애드리브를 넣게 돼요. 모든 배우가 다 애드리브를 많이 한 것 같아요. 대만 작품이 원작이었는데요. 인물들이 말하는 사랑과 삶에 대한 대사가 좋았어요. 분명 대만 원작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겠죠. 한국 작품만의 호흡이나 화려함이 달랐던 것 같아요. 인물의 깊은 내면을 보이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요.”

최근 종방한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오하나 역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과연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할까. 사랑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드라마였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이 배웠어요. ‘아, 이런 사랑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다’ 생각하고 알아갔어요. 처음에 저는 친구가 연인이 되는 일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저는 첫 눈에 반하는 편이거든요. 하나와 원이를 보면 설렘과 ‘심쿵(심장이 쿵 내려앉는 일)’하는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라 편안하고 공감대가 있고 서로 통하는 사랑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저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 하시는 말씀을 공감하지 못했는데 뭔가 알 것 같아요.”

- 실제 연애관이 궁금해졌다. 드라마 같은 사랑을 꿈꾸는가.

“그렇죠. 제가 그 속에 있었잖아요. 저는 배우에 앞서 사람으로서 그런 감정을 느끼거든요. 드라마에서는 떠난 옛 남자친구가 돌아오는 부분에서 설렘을 느낀다던지, 친구였던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부분도 새롭게 느낀 거예요.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주는 게 제일 좋은 일이라는 거죠. 예전에는 웃기고,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 좋았어요. 지금은 편한 사람이 좋아요.”

최근 종방한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오하나 역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하지원이 여성적인 캐릭터를 하는 일이 화제가 돼 버렸다.

“강한 역할을 많이 했죠. 시청자분들이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놓고 낯설어 하신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드라마를 보고 ‘야, 그냥 너를 보여주면 어떡해’라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 저는 하나와 닮은 점도 많아요. 제가 가진 일상의 부분을 보인 연기였는데 제가 지금까지 몸을 많이 쓰고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역에 빠져있었나 봐요. 이런 캐릭터를 앞으로도 해보고 싶어요. 하다 보면 적응하시겠죠.”

- 최근 괜찮은 여성 역할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자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도전하고 싶은 일은 있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왜 이렇게 힘든 것만 하니’ ‘예쁜 옷 입고 싶지 않아?’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는 힘든 삶에 도전하고 싶어서 액션도 하고 힘든 장르의 연기를 많이 했어요. 앞으로는 어떤 장르의 구분도 없이 하고 싶은 연기는 또 할 것 같아요. 좋은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설렘이 있죠. 그런 시나리오가 장르의 구분 없이 온다는 건 행운인 거 같고요.”

최근 종방한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오하나 역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톰 크루즈는 50대가 넘었는데 자기 관리를 엄청 한데요. 거의 직접 액션도 하고요. 제가 존경해요. 저도 언제까지가 되던 한계를 나름 정하지 않고, 저를 불러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언제까지든 해보고 싶어요.”

- 그래도 예쁘다는 말을 들어서 좋지 않았을까?

“매번 못 살고, 부모님 안 계시고 운동선수 등의 역할을 하다가 패션을 아는 캐릭터를 하니까 신났죠. 제 나름대로는 ‘원 없이 입어주마’ 생각하고 시안도 많이 잡고, 옷도 장면마다 정해서 입고 그랬어요. 드라마 속에서 그냥 입은 옷이 하나도 없었죠. 매번 극 속에서 어렵게 살던 제가 잘 사니까 좋아해주시더라고요.(웃음)”

최근 종방한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오하나 역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결혼에 대해서 생각도 할 것 같다.

“하긴 할 거예요. 생각은 있어요.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집에서 부모님들이 따로 이야기는 안 하세요. 그래서 더 아직 조급함이 없는 것일 수도 있죠. (최근 진백림과의 열애설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한 번 밖에 안 뵀어요. 그리고는 인스타그램 친구가 됐죠. 그런데, 다른 분들도 고양이 사진 하나쯤은 다 있지 않나요? 그리고 퍼즐도 하정우씨가 선물을 줘서 맞추는 거였어요. 다 우연이었죠 뭐.”

- 벌써 연기생활 15년이 됐다.

“여행을 다닌 것 같은 시간들이었어요. 지금 나이에 맞는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어차피 늙을 건데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성숙함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에 욕심을 내고 싶어요. 성숙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싶어요.”

최근 종방한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오하나 역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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